[오지호 특별전] 인상주의 기법 독창적 조형 언어 구축 ‘한국화단 선구자’
[오지호 화백 삶과 작품 세계]
서양화 1세대 작가 작품 세계 조망
배우 김희선 등 4만여명 방문
생전 사용 이젤·팔레트·작업복 공개
佛 모네·고흐 등 VR 체험 공간도 눈길
서양화 1세대 작가 작품 세계 조망
배우 김희선 등 4만여명 방문
생전 사용 이젤·팔레트·작업복 공개
佛 모네·고흐 등 VR 체험 공간도 눈길
![]()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오지호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 펼쳐진 특별전 ‘빛의 약동에서 색채로’가 3일 성료했다. 다양한 작품이 걸린 전시실 내부. <도립미술관 제공> |
지난 3일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에서 막을 내린 오지호 탄생 120주년 특별전은 한국적 자연주의를 토대로 인상주의 화풍을 개척한 오지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오지호와 인상주의: 빛의 약동에서 색채로’를 주제로 펼쳐진 이번 전시에는 한국 화단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오 화백의 회화 100여 점 뿐 아니라 아카이브 100여 점 등 다양한 자료가 출품됐다.
지난해 11월 15일 개막한 특별전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 기획으로 마련됐다. 당초 2일까지 전시 예정이었으나 대체 공휴일 지정으로 3일까지 연장됐다.
3일 도립미술관에 따르면 약 4만여 명이 관람을 했으며 주로 미술 관련 청년층 관람객이 많았다. 주요 관람객으로 카이스트 미술관 관계자, 광주교육청 직원, 광주 민학회 등이 전시실을 찾았으며 배우 김희선도 깜짝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지호의 마지막 예술 인생을 보여주는 데드 마크스를 비롯해 생전 사용했던 이젤, 팔레트, 작업복 등도 볼 수 있었다. 또한 김홍식, 김용준 등 한국 서양화 1세대 작가들의 일본 동경예대 졸업 작품도 감상할 수 있었다.
지난해는 프랑스 인상주의 대표 작가들의 전시가 파리에서 열린지 150주년이 되는 의미있는 해였다. 도립미술관은 프랑스 인상파를 소개한다는 취지에서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의 예술 세계를 VR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이지호 관장은 “오지호의 작품이 한국 미술사에서 점하는 위치는 아주 중요하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리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현대화랑, 유족 등 여러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밝은 색채와 빛으로 자연의 생명력을 강조한 오 화백의 그림이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 기운과 생명력을 선사했으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화순 출신의 오 화백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다. 휘문고등보통학교 시절 고희동 지도로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했으며 도쿄미술학교(현 동경예대) 서양화과에 입학해 자신만의 개성적인 화풍을 열어갔다.
유학 시절은 한국의 자연, 풍토성을 명확히 인식하는 시간이었다. 일본의 자연과 명확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선의 자연과 빛에 탐색했다. 오 화백이 귀국 후 ‘녹향회’ 제2회전을 매개로 우리 고유의 미감이 투영된 향토적 소재와 색채를 추구하게 된 것은 그런 연유다.
전시는 모두 3부로 펼쳐졌다.
1부 ‘인상주의를 탐색하다’에서는 동경예대 유학 시절 작품, 한국 최초 서양화 미술 단체인 ‘녹향회’ 활동 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1930년대 개성 송도 시절에 출간한 한국 최초의 원색화집 ‘오지호·김주경 2人화집’(1938)에 수록된 ‘처의 상’, ‘임금원’, 국가등록 문화재로 지정된 ‘남향집’ 등 인상주의 천착기에 그린 작품들을 만난다.
1927년 작 ‘풍경’은 잎이 없는 나무들을 표현한 작품이다. 전경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구도가 특징인데 겨울 또는 이른 봄의 풍경을 초점화했다. 계절과는 무관하게 생명력이 깃든 그림은 작가의 자연에 대한 사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부 ‘남도 서양화단을 이끌다’에서는 오 화백 일가의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았다. 아들 오승우(1930~2023), 오승윤(1939~2006), 그리고 장손 오병욱(1958~)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일가의 작품세계가 어떻게 오지호로부터 발현, 변화를 거쳐 후대로 이어졌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해방 이후 산하의 풍경 외에도 항구와 배를 그린 오지호의 작품은 어떻게 다양한 색채로 풍요롭게 풍경을 묘사했는지 보여준다. 화사한 색감으로 가득한 ‘추광(秋光)’은 빛과 색채를 동일시했던 오 화백의 조형관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마지막 3부 ‘한국 인상주의를 구현하다’는 1970년대 이후 빛과 색채로 구축한 남도 풍경, 해외여행(1974, 1980)을 통해 구현한 유럽 풍경, 미완의 유작 ‘쎄네갈 소년들’을 선보였다. 특히 후기로 갈수록 화면에 보라색을 과감하게 사용해 청정한 기운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품들은 인상적이다. 춘경, 하경, 추경, 설경, 해경 등 풍경이 선사하는 오지호의 빛과 색은 서정적이면서도 맑다.
한편 김민경 학예연구팀장은 “오지호는 인상주의 기법을 자신만의 방식과 감성으로 ‘체화’해 한국적 인상주의를 연 작가”라며 “그의 예술적 유산은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도전을 주고 있다”고 의미를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오지호와 인상주의: 빛의 약동에서 색채로’를 주제로 펼쳐진 이번 전시에는 한국 화단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오 화백의 회화 100여 점 뿐 아니라 아카이브 100여 점 등 다양한 자료가 출품됐다.
3일 도립미술관에 따르면 약 4만여 명이 관람을 했으며 주로 미술 관련 청년층 관람객이 많았다. 주요 관람객으로 카이스트 미술관 관계자, 광주교육청 직원, 광주 민학회 등이 전시실을 찾았으며 배우 김희선도 깜짝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지호의 마지막 예술 인생을 보여주는 데드 마크스를 비롯해 생전 사용했던 이젤, 팔레트, 작업복 등도 볼 수 있었다. 또한 김홍식, 김용준 등 한국 서양화 1세대 작가들의 일본 동경예대 졸업 작품도 감상할 수 있었다.
이지호 관장은 “오지호의 작품이 한국 미술사에서 점하는 위치는 아주 중요하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리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현대화랑, 유족 등 여러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밝은 색채와 빛으로 자연의 생명력을 강조한 오 화백의 그림이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 기운과 생명력을 선사했으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화순 출신의 오 화백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다. 휘문고등보통학교 시절 고희동 지도로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했으며 도쿄미술학교(현 동경예대) 서양화과에 입학해 자신만의 개성적인 화풍을 열어갔다.
유학 시절은 한국의 자연, 풍토성을 명확히 인식하는 시간이었다. 일본의 자연과 명확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선의 자연과 빛에 탐색했다. 오 화백이 귀국 후 ‘녹향회’ 제2회전을 매개로 우리 고유의 미감이 투영된 향토적 소재와 색채를 추구하게 된 것은 그런 연유다.
전시는 모두 3부로 펼쳐졌다.
1부 ‘인상주의를 탐색하다’에서는 동경예대 유학 시절 작품, 한국 최초 서양화 미술 단체인 ‘녹향회’ 활동 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1930년대 개성 송도 시절에 출간한 한국 최초의 원색화집 ‘오지호·김주경 2人화집’(1938)에 수록된 ‘처의 상’, ‘임금원’, 국가등록 문화재로 지정된 ‘남향집’ 등 인상주의 천착기에 그린 작품들을 만난다.
1927년 작 ‘풍경’은 잎이 없는 나무들을 표현한 작품이다. 전경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구도가 특징인데 겨울 또는 이른 봄의 풍경을 초점화했다. 계절과는 무관하게 생명력이 깃든 그림은 작가의 자연에 대한 사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부 ‘남도 서양화단을 이끌다’에서는 오 화백 일가의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았다. 아들 오승우(1930~2023), 오승윤(1939~2006), 그리고 장손 오병욱(1958~)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일가의 작품세계가 어떻게 오지호로부터 발현, 변화를 거쳐 후대로 이어졌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해방 이후 산하의 풍경 외에도 항구와 배를 그린 오지호의 작품은 어떻게 다양한 색채로 풍요롭게 풍경을 묘사했는지 보여준다. 화사한 색감으로 가득한 ‘추광(秋光)’은 빛과 색채를 동일시했던 오 화백의 조형관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마지막 3부 ‘한국 인상주의를 구현하다’는 1970년대 이후 빛과 색채로 구축한 남도 풍경, 해외여행(1974, 1980)을 통해 구현한 유럽 풍경, 미완의 유작 ‘쎄네갈 소년들’을 선보였다. 특히 후기로 갈수록 화면에 보라색을 과감하게 사용해 청정한 기운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품들은 인상적이다. 춘경, 하경, 추경, 설경, 해경 등 풍경이 선사하는 오지호의 빛과 색은 서정적이면서도 맑다.
한편 김민경 학예연구팀장은 “오지호는 인상주의 기법을 자신만의 방식과 감성으로 ‘체화’해 한국적 인상주의를 연 작가”라며 “그의 예술적 유산은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도전을 주고 있다”고 의미를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