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성들의 꿈·욕망 사진에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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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여성들의 꿈·욕망 사진에 담았죠”
이경애 사진작가, 30대부터 70대까지 20여명 초상사진 촬영
5월 6일까지 서울 이즈갤러리서 ‘내면세계-인생화보’전 열어
2025년 04월 29일(화) 19:40
수십년 간 헌혈을 꾸준히 해온 유송자씨의 꿈은 헌혈이 가능한 나이인 69세까지 나눔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는 헌혈을 상징하는 붉은 하트 모형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지역 미술관에서 도슨트로 활동하는 30대 황지희씨는 작은 그림 한 점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예술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 담았다.

광주 지역의 30대부터 70대 여성들이 사진 작품 속 주인공이 됐다. 각자의 초상 사진에는 마음에 품고 있는 꿈과 이루고 싶은 욕망이 담겼다.

이들의 꿈을 담아낸 이는 사진작가 이경애(62·사진)씨다. 이 작가는 30일부터 오는 5월6일까지 서울 이즈갤러리에서 열리는 ‘내면세계-인생화보’전에서 스물 두명의 초상을 선보인다. 사진 속 모델은 이 작가가 활동하는 모임 회원들이다.

이경애 작가가 사진전에서 전시중인 작품.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들의 내면 세계와 꿈을 담아내려 했습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이들에게서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도 했죠. 컬러와 흑백을 섞어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또 그들의 꿈을 상징하는 소품과 인형을 함께 배치하고 인터뷰에서 언급된 단어들을 함께 적었습니다. 사진을 접하는 이들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꿈과 욕망도 한 번쯤 들여다 보면 좋겠네요.”

이번 작업은 ‘닥종이 인형으로 말하는 희망의 5·18’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인물 군상들을 제작해 온 김유경 닥종이 작가와의 협업으로 의미를 더했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꽃다발, 책, 카메라 등 각자의 욕망을 상징하는 소품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또 자신의 스토리와 어울리는 닥종이 인형을 고른 후 함께 촬영했다.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배창숙씨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상징하는 ‘시계’를 소품으로 사용했고, 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하는 장미지애씨는 축하의 의미를 담은 꽃다발을 들고 다양한 인종의 인형을 골라 사진을 찍었다. 또 유현옥씨는 엄마의 사진을 들고 촬영에 임했다.

이번 전시의 아이디어는 민병일 교수가 진행한 ‘명화인문학’ 강의에서 만난 제임스 앙소르의 ‘가면’ 시리즈에서 떠올렸다.

“그림을 보고 감춰진 여성의 욕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어요. 세상을 살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가면’ 속에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감추고 살아가는 듯 합니다. 가면 속에 넣어둔, 이루고 싶은 꿈과 욕망을 드러내는 사진을 찍어보자 생각했죠.”

서양화가인 아버지 덕에 어릴 때부터 그림과 친숙했던 그는 30년 넘게 취미로 사진을 찍어왔다. 지금도 지역의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그는 풍경 사진에서 벗어나 “나만의 사진을 찍고 싶다”는 갈망으로 8년 전부터 서울의 ‘미학적 사진학교’에 다니며 사진을 배우고 있다.

사진작가로 개인전을 여는 게 꿈이었다는 이 작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꿈과 욕망’을 촬영하며 결국 자신의 꿈을 이뤘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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