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은 무등산 원시를 찾아가는 고산고수(苦山苦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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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은 무등산 원시를 찾아가는 고산고수(苦山苦水)”
‘무등산 시인’ 범대순 10주기 추모식 24일 동구 미로센터
생애와 시세계 등 조명...심포지엄, 기념사업회 출범식도
2024년 05월 14일(화) 15:30
무등산에 있는 범대순 시인의 작품이 새겨진 ‘무등산송’ 시비
“우리가 무등산이 좋은 것은/ 눈을 감아도 그 동서남북/ 서서 바라보는 자리가 화순이듯 담양이듯/ 광주 어디 서서 보아도 크고 넉넉함이여// 우리가 무등산이 좋은 것은/ 춘하추동 계절 없이 넘어선/ 언제나 붉은빛이 푸른빛이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만 자색의 꿈…”

생전에 ‘무등산 시인’으로 불렸던 범대순 시인(1930-2014)은 무등산을 1100여회를 올랐다. “나의 산행은 잃어버린 무등산의 원시를 찾아가는 고산고수(苦山苦水)의 길이다”라고 말할 만큼 무등산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범대순 시문학관
무등산은 곧 광주를 상징한다. 광주는 곧 무등산이기도 하다. 무등산을 1100여회, 서석대를 160회를 오르내렸다는 것은 광주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요산요수’가 아닌 ‘고산고수’로 바라본다는 것은 존재에 대한 성찰, 궁극적 세계에 대한 열망 등이 남달랐음을 보여준다.

올해는 범대순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만 10년이 되는 해다. 무등산을 모티브로 광주에 대한 사랑,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사유를 독창적 시 세계로 펼쳐냈던 시인은 아마도 무등산을 비추는 별이 되었을지 모른다.

고인의 10주기를 맞아 생애와 시세계를 기리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오는 24일 오후 3시 동구 미로센터 미로극장에서 열리는 추모식은 고인이 활동했던 단체 문인들과 학계, 독자들, 유족 등이 참여한다. 광주전남작가회의를 비롯해 원탁시회, 출판사 문학들 관계자 등이 참여하며 이날 행사에서는 심포지엄, 기념사업회 출범식 등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고(故) 범대순 시인
1930년 광주시 북구 효령동 신촌에서 태어난 범 시인은 광주 서중과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데니슨 대학 연구 교수, 영국 옥스퍼드 대학, 런던 대학, 미국 아이오와 대학, 영국 캠브리지 대학과 미국 에모리 대학에서 연구했다. 광주제일고, 목포교육대학을 거쳐 전남대 영문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금성 범씨 대종회 회장을 지냈다.

그의 창작 및 문단 활동의 스펙트럼은 사뭇 넓다. 1958년 조지훈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나온 이래 ‘흑인고수 루이의 북’, ‘기승전결’,‘백지시’, ‘무등산’ 등 16권 시집과 ‘백지와 기계의 시학’ 평론집, 번역서 ‘현대영미시론’ 등을 펴냈다. 국민훈장 동백장, 문예한국 대상, 영랑시문학상 등을 수상하는 등 폭넓은 문학 활동을 전개했으며 많은 후학들을 양성했다.

범 시인은 오든이나 보들레르 시도 좋아했다. 평소 ‘진보적인 시도 전통의 토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부분을 말하기도 했는데 엘리어트의 문학적 영향 등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 창작 외에도 다방면의 학문과 사유, 철학 등을 토대로 문학 세계를 풍성하게 일궜다.

특히 ‘백지 ’와 ‘기계’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저서는 출간 당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된 바 있다. 동양적 사유와 서양적 세계관 등이 절묘하게 결합된 책으로, 물질문명의 ‘기계’와 동양정신의 ‘백지’는 오늘날에도 다양한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

지난 4주기인 2018년 5월 24일에는 고인의 무등산에 대한 사랑과 무등산 시를 기리는 일환으로 탐방지원센터 잔디광장(문빈정사 아래)에 시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시비 전면에는 시인의 대표 작품 ‘무등산송’이, 후면에는 설립 취지와 약력, 추진위원 명단 등이 새겨졌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생전에 거처했던 계림동 자택 2층에 범대순시문학관이 마련됐다. 1만여 권 책이 보관된 서재 ‘시림(詩林)’과 명상실, 생활공간인 ‘지인재(芝仁齋)’ 등으로 구성됐지만 시인 타계 후 계림동 일대 재개발과 맞물려 지난 2017년 고향인 하신마을(광주시 북구 하신마을길) 생가로 이전해 새롭게 꾸며졌다.

문학들 송광룡 대표는 “무등산 사랑이 남달랐던 범 시인은 문학에 대한 해박한 이론은 물론 창작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깊고 순수했다”며 “선생이 남긴 무등산 시편들은 광주와 무등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귀한 문학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김준태 시인은 “범 시인은 서구적인 양식, 동양적인 사유, 감성적인 시풍 등 어느 한가지로 규정할 수 없을 만큼 시적 세계가 넓고 깊었다”며 “때로는 해맑은 소년 같고, 때로는 현자 같은 인자한 모습으로 후배들을 격려해주시던 모습이 어제 일처럼 눈에 선하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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