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하다 못해 섬뜩한 제목이다. 간혹 엄마를 미워하는 자식이 있기도 하지만 이토록 노골적인 제목이라니.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누구보다 엄마를 성실히 사랑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한시영 에세이 ‘죽이고 싶은 엄마에게’는 27년간 ‘알코올중독자의 딸’로 살아온 저자가 지나간 시간을 열심히 곱씹은 기록이다.

알코올중독자인 어머니와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성장한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가족, 사랑, 용서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이영숙 죽어라”라고 다이어리에 적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책은 2부로 나뉘어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장례식 이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해 여름의 오이지냉국, 홈 스위트 홈, 닫힌 방문, 분홍색 나뭇잎, 아저씨 접니다, 섬섬옥수 등 각 장을 통해 어머니와의 일화, 가족과의 관계, 자신이 어머니가 된 후의 경험 등을 통해 복잡한 가족 관계 속에서도 사랑과 용서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얼마나 어머니를 사랑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만약 다시 태어나 엄마를 선택할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이상하게도, 다시 엄마를 선택한다고 대답할 거야. 또 한 번 엄마를 사랑할 것이고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할 테지만 그럼에도 엄마를 선택할 거야.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며 완벽이라고 확신해. 내게 한계였던 동시에 나의 잠재력이었던 나의 엄마. 나는 내 부엌에 노란 프리지어를 꽂아놓고 엄마를 떠올려. 그러니까 향 맡으러 와줘요. 온 김에 내 아이들도 보고요. 봄바람으로 와서 아이들 이마 스치고 가줘요.”(에필로그 중에서)

<달·1만70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