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실수·착각, 그리고 괴물 퇴치의 연대기
근대 괴물 사기극-이산화 지음, 최재훈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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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출간된 책을 통해 화제가 됐던 뉴기니의 공룡 로우의 상상도(최재훈 그림). <갈매나무 제공>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나 일본 영화 ‘고질라’처럼 불가사의한 ‘괴물’이라는 존재는 오랫동안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의 모티브가 되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왔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신화나 전설 속 괴물들과 더불어 역사에서 끊임없이 등장한 ‘가짜 괴물들’은 인류의 끝없는 탐욕을 양식 삼아 과학과 이성의 시대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해왔고 때론 과학이 그 놀이터를 제공하기도 했다. “과학은 기존의 상식에 뿌리박혀 있던 괴물을 퇴치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자리매김했지만, 동시에 필요에 따라 상식 밖의 괴물을 만들어 내는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신비동물원’, ‘미지의 동물을 찾아서’ 등을 읽으며 괴물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어린이’ 이산하는 작가가 된 후에도 관심을 이어갔고 4년간의 자료 수집과 집필 기간을 거쳐 이 책을 펴냈다.
책을 읽다 보면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채 무분별하게 확산되며 공동체를 파괴해 버리는 ‘가짜뉴스’에서 보듯, ‘가짜 괴물’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돼 서글퍼진다.
1700년대의 괴물들은 신화나 전설 속 존재가 아닌, ‘과학적인’ 설득력을 갖춘 존재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땅굴을 파고 살며 뱀을 잡아먹는다고 알려진 동물인간, 황소의 뿔과 박쥐의 날개, 두 종류의 꼬리를 가진 존재로 프랑스혁명 직전의 파리를 강타한 파과 호수의 괴물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혁명이 가져온 호황과 과학의 발전, 신문이 모든 시민을 위한 소식통으로 발돋움하던 1800년대에는 세상을 화려하게 속여 넘긴 스타괴물들이 등장했다. 촉수와 더듬이가 달린 거대한 파인애플을 닮은 마다가스카르의 식인 나무는 1874년 ‘뉴욕월드’에 기사가 실리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1869년 10월 16일, 미국의 한 마을에서 발견된 키가 3m나 되는 남자의 화석은 ‘카디프의 거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미국 전역에서 순회 전시됐지만 이는 11개월 전 이 화석을 땅에 묻은 담배판매상 조지 헐의 사기극이었다.
저자는 “우리가 황당한 괴물 이야기를 얼마나 굳게 믿을 수 있는지, 한번 뿌리내린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힘든지, 역사를 수놓은 각종 소문과 거짓말 뒤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인지 하나라도 더 많이 깨달을 때마다 우리는 분명 세상과 우리 자신을 한층 똑바로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더욱 궁금해지는 괴물의 모습을 상상력을 발휘해 구현해 낸 이는 일러스트레이터 최재훈이다. BTS RM의 ‘Fover Rain’ 뮤직 비디오 연출자이자 영화 ‘파묘’의 콘셉트아티스트였던 그가 “지금 어딘가 살아 숨 쉬고 있을 듯한 괴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그리면서도,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괴물의 환상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린 흑백 삽화는 책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갈매나무·3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