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도, 도와줄 이웃도 없어”…인력난 농촌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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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사람도, 도와줄 이웃도 없어”…인력난 농촌 ‘한숨만’
곡성 블루베리 농장 수확 체험해 보니
단 두명이 100m 하우스 작업
1kg 바구니 채우는데 30~40분
외국인 근로자 쓰려면 경쟁 치열
“요즘은 자재보다 사람이 더 비싸”
농협, 외국인 계절근로자 확보
직원들 일손 돕고 인력 중개도
2025년 05월 29일(목) 20:30
농번기철을 맞은 농촌은 요즘 일손 부족으로 아우성이다. 광주일보 김진아 기자가 29일 곡성 블루베리 농가를 찾아 농장주 설명을 들으며 수확 작업을 도왔다. /곡성=박연수 기자 training@kwangju.co.kr
“둘이 해도 한 줄 따는 데만 두세 시간은 걸려요. 혼자서 하다 보면 끝이 안 보여요.”

29일 오전 곡성의 한 블루베리 농장 하우스 입구에는 수확을 마친 바구니가 10여 개 가득 쌓여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6줄의 지주대를 따라 블루베리 묘목이 빼곡히 심어져 있었다. 100여m 길이의 하우스 끝까지 묘목이 길게 이어졌지만, 작업자는 두 명 뿐이었다.

농장주 이미화(63)씨는 근처에 사는 그의 형님과 이날 새벽 6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더워지는 하우스 내부에서 땀방울을 훔칠 새도 없이 손을 놀렸다. 더위가 찾아오면서 과실이 익는 속도가 더 빨라져 시기를 놓치면 자칫 무를수 있기 때문이다.

검게 익은 블루베리는 손만 대도 톡 떨어질 정도로, 1kg가량의 바구니를 채우려면 30~40분을 꾸준히 따야했다. 농장주와 가족이 거의 모든 작업을 도맡아 하는 만큼 수확철이 다가오면서 시간도, 힘도 두 배로 걸린다.

귀농한 지 15년차 오성근(55)씨도 최근 딸기 모종농사를 시작하며 인력 문제를 실감하고 있다. 사람 쓰는 게 가장 부담이라 친척네 집에서 하우스 세 동을 현장에 있던 외국인근로자들과 함께 직접 철거해 옮겨 설치했다.

오씨는 “요즘은 자재보다 사람이 더 비싸다. 사람 쓰는 게 일”이라며 “6월 중순쯤이면 확 바빠진다. 그때 인력을 많이 써야 되는데 걱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매년 농사철이면 농촌은 아우성이다. 논밭과 과수원을 일굴 사람도, 일을 도와줄 마을 이웃도 찾기 쉽지 않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 인력도 웃돈 주고 쓰려고 해도 경쟁이 치열하다.

이씨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한 바구니라도 더 따야 한다는 생각으로 새벽부터 움직인다”며 “제때 수확할 사람이 없고, 그래서 품질이 낮아져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농민 입장에선 허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협 전남본부가 영농지원발대식을 갖고 일손 돕기에 나서면서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해 일손 중계를 책임지고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으로 외국인 인력 확보에도 공을 쏟는 이유다.

당장, 농협 임직원을 비롯, 협약 기업·대학, 유관기관과 함께 벌이는 일손 돕기 활동은 연례 행사가 됐다. 올해도 농협 전남본부 관할 모든 법인, 지역 농·축협 등 250개 사무소의 1만명이 나선다.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해서도 8만 5000명의 인력을 확보, 농작업에 투입시킨다. 농촌인력중개센터가 없는 시·군지부와 농·축협도 자체 시스템을 가동해 9만명의 일손을 투입해 힘을 보탠다.

외국인 인력도 지원하고 있다. 농협 전남본부 15개 지역 농협은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통해 367명의 라오스, 베트남, 필리핀, 몽골 등 아시아 국가 출신 외국인 노동자를 농촌 인력 돕기에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 공동 선별·출하, 농작업 일괄대행, 밭작물 기계화 사업을 통한 공동 파종·선별 등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곡성농협의 경우 농민 일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농협이 책임지고 농작물을 선별·출하하는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곡성농협 뿐 아니라 영암 군서농협은 56㏊에 걸친 논콩 재배를 농작업 일괄 대행 방식으로 공동 생산·선별·판매 등으로 농민들 일손을 덜어주고 있으며 해남 땅끝농협도 마늘 재배에 필요한 기계를 빌려 파종·수확·선별 작업 등을 도맡으며 경작에 필요한 손을 거들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수확한 블루베리는 농협 선별장으로 옮겨지고, 농가에서는 인력 부담 없이 수확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농촌 상황에 딱 들어맞는 건 아니다. 현재 계절근로자 시스템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데, 이른 아침 농작물 출하에 필요한 일손의 경우 근로시간을 변경해야 하지만 조정이 쉽지 않아 농협의 고민도 깊다.

김완술 곡성농협조합장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이들 인건비, 머무를 숙소, 근로 기간 동안 관리하는 문제 등 살펴야할 게 많아 농협 뿐 아니라 국가나 지자체의 고민과 대응 방안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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