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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유럽에서 도시비전을 찾을 수 있을까 - 박홍근 포유건축 대표·건축사
2023년 08월 16일(수) 00:00
‘귤화위지’(橘化爲枳)란 고사성어가 있다. 회수(淮水·중국 황화와 장강의 사이를 흐르는 강) 남쪽의 귤을 회수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토질과 물과 환경에 따라 재배되는 것이 다르듯, 사람 또한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도시·건축행정 또한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많은 사례를 보고 벤치마킹을 한다. 당연히 배우고, 익혀, 우리 것이 되게 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배우기는 하지만 익히고, 숙성시켜 우리 것이 되게 하는 것을 보기 어렵다.

광주 도시 발전과 변화를 위해 그간 지역 리더들이 많은 선진지에 가서 보고, 듣고, 경험하고, 되돌아 와서는 경험담만 이야기하고 제대로 된 후속조치가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강기정 시장 등 광주시 대표단이 지난달에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방문했다. 성공적 도시재생 사례 현장에서 보행자 중심, 공유 자전거 시설, 친환경 건축물, 랜드마크 타워 등을 체험했다. 그 과정에 당연히 광주의 현안들을 고민했을 것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도시에 어떤 가치를 담느냐에 따라 도시의 미래가 크게 달라진다. 보행자 중심, 녹지 확대 등 인간을 최우선에 둔 공공성 확보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광주도 도시재생, 도시개발 등 현안이 많고,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만큼 유럽 도시의 성공사례를 광주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을 찾아 가겠다”고 밝혔다.

경험담을 토대로 밝힌 방향은 다 옳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광주에 적용하고, 좋은 사례를 만들고, 정착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빨리 내놓기를 바라며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실무 팀장급 공무원들을 다시 보내자. 팀장급 공무원 한명이 좋게 변하면, 교수 열 명의 변화, 전문가 백 명의 변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들의 역량을 강화시키자. 그들은 과장, 국장이 될 사람들이다.

도시의 변화는 시장과 몇몇 간부급 공무원들만 안다고 일어나지 않는다. 실무자가 변해야 한다. 그들의 시선이 시장이 경험한 그 수준의 눈높이가 되어야 변화가 시작이 된다. 실무자는 선진지 성공사례의 맥락을 이해하고, 깊은 속살과 문화 환경, 긴 진행과정 속 문제와 문제 해결 과정 등등을 속속들이 조사 분석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광주라는 토질과 물과 환경에 적용할 대안을 찾아야 한다. 행정시스템을 정비하고, 성공사례를 만들고, 상호 학습하여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시민활동가, 지역 전문가와 함께 하자. 잠깐은 외부에서 유명 전문가를 모실 수 있다. 서울의 누구, 일본의 누군가 와서 도시를 변화시키려고도 했다. 그럴듯한 귤나무 몇 그루 심으려고 했으나, 제대로 심지도 못하고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지역을 발전시키고, 책임져야 할 사람은 지역에 살면서 지역을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며 고민하는 시민활동가와 지역 전문가들의 몫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 지역 전문가를 혹시나 깔보는 정서를 가지고는 절대 발전할 수 없다. 도리어 그들을 존중해 주고, 필요시 역량을 함께 강화하고, 행정의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셋째, 지속가능한 컨트롤타워를 만들자. 도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어지지 않는다. 단지를 개발하든 공공건축물을 짓든 기획에서 완공까지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도 간다. 이 사이에 가장 핵심인 공무원은 수차례 바뀐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절대 좋은 도시 공간구조, 공공건축물이 나올 수 없다. 나온다면 기적이다.

매년 인사이동과 순환보직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도시개발, 도시재생 등 도시환경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인사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면서 그 분야 전문가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장기간 업무를 볼 수 있는 행정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선진지 견학, 벤치마킹, 외부전문가 초청강연, 타 지역 유명인사 자문 등등 모두 좋다. 그리하여 회수 남쪽의 귤을 회수 북쪽에 심은 들, 그 곳에 사는 사람이 자연환경에 맞게 개량하고, 정성을 다해 관리하지 않는다면 헛수고다. 죽거나, 탱자가 되거나, 상품가치 없는 귤이 된다.

선출직 공무원이든 일반직 공무원이든, 지역 전문가든, 시민활동가든 임무를 맡은 사람들이 변해야 한다. 더 생각하고, 높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제대로 실천하여 환경을 개선하자. 귤이 탱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광주에서는 탱자를 심어도 귤이 되는 ‘지화위귤’(枳化爲橘)의 변화를 이루자. 그래야 광주가, 유럽에서 도시 비전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