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 레저, 파크골프의 가능성과 과제- 심명섭 국학자료원 상임위원,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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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시대 레저, 파크골프의 가능성과 과제- 심명섭 국학자료원 상임위원, 행정학박사
2025년 11월 12일(수) 00:20
최근 몇 년 사이 전국 곳곳에 파크골프장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공원이나 하천변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해 조성된 파크골프장은 접근성이 뛰어나고 이용 요금도 저렴해 중·장년층은 물론 고령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공원에서 즐기는 골프’라는 뜻의 파크골프는 단 하나의 클럽과 큰 공만으로도 쉽게 즐길 수 있으며 전문 장비 없이도 운동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여가 활동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파크골프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이다. 고강도 운동이 어려운 고령자에게 파크골프는 걷기 운동과 유사한 효과를 제공하면서도 집중력, 판단력, 근력까지 동시에 요구해 전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규칙적인 운동이 쉽지 않은 노년층이나 퇴직자에게 파크골프는 일상 속에서 지속 가능한 건강관리 수단이 되고 있으며 커뮤니티 스포츠로서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를 제공해 정서적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급속한 확산의 이면에는 여러 부작용도 존재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수요 예측이나 접근성 분석 없이 무리하게 골프장을 조성해 예산 낭비와 환경 훼손을 초래하고 있다. 공공시설인 만큼 체계적인 관리와 운영이 중요한데, 정기적인 잔디 관리, 시설 점검, 안전 수칙 준수 등이 미흡한 곳도 적지 않다. 또한 주요 이용자가 차량을 이용하는 중장년층이다 보니 파크골프장 주변의 교통 혼잡과 주차 문제가 심각한 민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최근 광주 서구에서는 불법으로 조성된 대규모 파크골프장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실시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광주 광산구의 파크골프장 운영 정책은 눈길을 끈다. 광산구는 지난 5월부터 매주 목요일을 ‘광산구민 파크골프하기 좋은 날’로 지정하고 이날 만큼은 주민등록상 광산구민만 무료로 구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외부인의 유입을 제한하고 지역민이 편안하게 운동하며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으로 단순한 여가 장려를 넘어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도모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9홀 규모의 장애인 전용 파크골프장도 개장 했고 운남 파크골프장은 내년 2월 개장을 목표로 조성 중이다.

광산구의 정책은 ‘지역 주민 우선’이라는 철학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단순히 운동을 장려하는 것을 넘어 지역 주민 간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는 스포츠를 매개로 한 공동체 복원의 실질적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특히 파크골프장 입구 주변에 차량이 길게 줄지어 서면서 발생하는 병목현상과 부착용 출입 스티커는 불편 요소로 지적된다. 주차 문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용 주차장 확대, 대중교통과 연계한 셔틀버스 운영, 시간대별 인원 분산을 위한 사전예약제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스마트 주차 시스템을 도입해 실시간으로 빈 주차 공간을 안내하고 있는데 이처럼 세심한 대책들이 병행될 때 파크골프장의 안전성과 이용 편의성이 함께 높아질 것이다. 1회 부착용 출입 스티커는 부착력이 약해 쉽게 떨어져 그라운드 위로 나뒹굴면서 환경 훼손 및 자원낭비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양적 확대’가 아니라 ‘질적 전환’이다. 공공성을 강화한 운영 모델, 환경 친화적인 시설 설계, 주민 참여 기반의 의사결정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파크골프장의 설치는 누군가의 정치적 치적이 아닌, 지역 공동체의 합의와 실질적 필요에 기반 해야 한다.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중복 투자와 과잉 공급을 방지하기 위한 광역 단위의 조정도 필요하다. 나아가 파크골프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세대 간 소통, 지역 상생, 정서적 건강 증진을 포괄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파크골프는 고령화 시대의 건강한 삶을 위한 하나의 열쇠다. 그러나 그 열쇠가 진정한 문을 여는 도구가 되려면 무분별한 확장이 아닌 ‘지역과 사람을 중심’에 둔 섬세한 기획과 운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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