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롤 - 옥영석 전남도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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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롤 - 옥영석 전남도 정책자문위원
2025년 12월 17일(수) 00:20
1주일 남짓 기다리면 성탄절이다. 아이들은 그 나이에도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냐는 표정이지만 나이가 들어도 첫눈은 기다려지고, 캐롤을 들으며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고 싶은 건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11월 중순만 되어도 문방구에 크리스마스카드가 나오고 거리마다 캐롤이 흘러 나왔다. TV에도 라디오에도 거리거리의 상점에서도 온통 캐롤이 넘쳐나니,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성탄절은 기쁘고 설레는 날이었다.

캐롤의 어원은 프랑스어 ‘Carole’ 또는 그리스 고대언어인 헬라어 ‘Choraulie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1000여년 전 기독교인과 이방인들이 동지에 야외에서 원을 그리며 불렀던 원무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춤’이나 ‘칭찬과 기쁨’의 의미로 불리워졌다가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여왕 시대에 다시 유행하였다고 한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캐롤이자 찬송가인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 Holy Night)’은 1818년 12월 24일 오스트리아의 오베른도르프에서 만들어졌다. 성니콜라우스 성당의 보좌신부였던 요제프 모어는 성당의 오르간이 고장 나 크리스마스이브 자정미사를 앞두고 적당한 연주곡이 없어서 고민했다. 그러다가 이웃마을에 사는 그의 친구 프란츠 그루버를 떠올려 곡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루버는 전문적인 작곡가는 아니었으나 10명이 넘는 아이들 생계를 위해 학교 교사와 교회 일을 하면서 틈틈이 반주자를 맡아 왔는데, 친구의 부탁대로 13마디의 짧은 곡을 만들었다. 모어 신부는 기타를 치면서 테너를 맡고 그루버는 베이스를 맡아 부른 그 곡은 성탄절마다 널리 전해져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불리우는 캐롤이 되었고 성니콜라우스 성당은 두 사람을 기리기 위해 ‘고요한 밤 성당’ 이라 불린다고 한다.

이 은혜로운 캐롤은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기적을 불러 일으킨다. 당시 벨기에 이프르에서는 영국과 독일군이 대치하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이브에 한 독일군 병사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자, 영국군들이 환호하며 따라 불렀고 크리스마스시즌 동안 정전하기로 합의에 이른다. 서로 총을 겨누던 전장에서 축구를 하고 기념품을 주고받으며 젊음과 우정을 나누었던 이 일화는 ‘메리 그리스마스’란 영화로도 제작되어 세계인들의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캐롤의 기적은 그뿐만이 아니다. 프로이센과 프랑스가 전쟁중이던 1871년 크리스마스이브에 한 프랑스 병사가 ‘오 거룩한 밤(Oh Holy Night)’을 한 소절 부르자 건너편 독일군 진영에서 다음 소절을 부르며 화답했고, 이후 두 나라는 크리스마스시즌 동안 전쟁을 멈추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가 며칠 남지 않은 지금, 저작권료에 대한 부담으로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물론 카페, 식당 등 상가에서는 듣기 어렵게 되었다. 십여년 전 디지털음원을 전송받아 매장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틀었던 한 백화점이 2억원 중반대의 배상을 하게 되면서 확실한 학습효과를 주었기 때문이다. 일부 유통업체에서는 개방형 저작물 음원을 제공하는 업체와 협업으로 매장 내 음악을 틀고는 있지만 오래되거나 생소한 곡이 대부분이어서 고객들의 반응이 아직은 시큰둥한 편이다.

거기에 ‘소음·진동관리법’의 시행으로 주거지역에 위치한 사업장은 확성기·스피커를 설치시 주간 65dB(데시벨), 야간에는 60dB이하의 기준을 지켜야한다. 일상적인 대화소리가 60dB, 전화벨 소리가 70dB, 지하철 소음이 80dB이니 기준치를 초과하면 기 백만원을 내야할 수도 있으니 소상공인들이 틀고 싶어도 틀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년에 한번 뿐인 이 시즌을 ‘나 홀로 집에’만 보고 있을 순 없다. 거리에 캐롤이 들리지 않으면 우리가 부를 수도 있고 핸드폰으로 들을 수도 있다. 광주 민주광장에 나가면 백화점 것보다 더 큰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이고 건너편 정거장에는 구세군 종소리가 울리는 요맘때, 함박눈이라도 내린다면 ‘러브 액추얼리’의 주인공은 바로 내가 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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