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챌린지·마라탕 복달임…MZ 세대의 복날 신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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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챌린지·마라탕 복달임…MZ 세대의 복날 신풍속도
보양식 대신 도토리묵밥·콩물국수·채식 등 건강식 유행
광주비건탐식단 피흘림 없는 식탁·닭 추모 행사도 열어
SNS 초계탕·국수 등 저지방 보양식 만들기 콘텐츠 공유
2025년 07월 29일(화) 19:20
도토리묵.
마라탕.
복날엔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보양식을 먹는다는 공식이 사라지고 있다.

중복(中伏)을 맞아 MZ 세대의 달라진 ‘복달임’ 풍경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흑염소, 개고기 등 ‘보양식’을 먹으며 기력을 보충하던 기성세대와 달리 채식을 하며 사회 운동에 동참하거나, 건강식을 직접 만들어 먹거나 아예 마라탕 등 유행하는 음식을 먹는 것이 대중화된 것이다.

최근 광주·전남 지역을 비롯한 SNS에는 지난 20일 초복(初伏)을 기점으로 도토리묵밥, 콩물국수 등 ‘복날 채식’을 먹었다는 이들이 잇따랐다.

안재현(27)씨는 “복날에도 비건 음식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비건 음식 중에 탕이 많이 없어서, 복날에는 ‘비건 치킨’(콩고기)을 주로 먹는다”며 “채식을 실천하기 위해 매일 음식 메뉴를 고민하는데 복날이면 오히려 복날 음식으로 정해져서 고민을 더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광주비건탐식단은 말복(末伏) 다음날인 다음달 10일에 ‘한여름 피흘림 없는 식탁’ 행사를 열 계획이다.

비건요리를 배우고 함께 요리해서 먹는 행사로, 삼복 몸보신과 폭염으로 사망한 닭을 추모하는 행사도 열린다. 불 없이 조리할 수 있는 냉파스타, 살사와 빵 등 비건 요리를 직접 배우고 만들어보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비건탐식단 관계자는 SNS를 통해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 또는 자신의 몸이 필요해서 육식을 한다. 대다수가 ‘저렴한 고기’가 되기 위해 공장식 축산 현실과 축산 노동환경은 어떠했는지, 닭이 어떻게 생존했는지, 자신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는지 궁금해 하지 않은 채 ‘단절’을 선택한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복날채식캠페인.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는 지난 20일 초복에 이어 오는 8월 9일 말복에 ‘복날 채식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무등산 등산을 하는 시민들에게 복날 채식 한끼를 권유하며 채식서명, 단주·사탕 등 선물을 증정할 계획이다.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는 “오계의 첫 번째가 불살생이며, 불살생은 생명을 죽이지 않는 것을 넘어 생명을 살리는 삶을 살겠다는 우리의 약속”이라며 “복날에 육식 대신 채식으로 뭇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진정한 불자의 수행의 자세”라고 했다.

건강을 의식하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삼계탕 등 보양식보다는 건강에 좋은 대체 보양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경우도 많다.

최근 SNS와 유튜브 등지에는 ‘복날’을 주제로 저지방 보양식 등을 만들어 먹는 콘텐츠가 잇따라 올라왔다. 닭가슴살만 이용해서 만든 초계탕·국수, 닭가슴살과 바질을 곁들인 베이글 샌드위치, 두부면 닭칼국수 등 레시피가 공유됐다.

복날을 전후로 보양식을 고집하지 않고, 유행하는 음식이나 평소 자주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먹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추어탕이나 장어구이, 치킨 등을 먹는 것은 예사고, 이미 수년 전부터 MZ세대의 복달임 음식으로 중국 음식인 ‘마라탕’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은지(여·28·남구 방림동)씨는 “매번 복날이면 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하는데, 메뉴를 보양식으로 정해두고 나가지는 않는다”며 “최근에는 친구들끼리 재미로 마라탕으로 복달임을 하자는 이야기도 자주 나눈다”고 말했다.

김가영(여·28)씨는 “날씨가 요즘 너무 더워서 복날이라고 꼭 뜨거운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올해 복날에는 집에서 에어컨 틀고 빙수에 수박주스, 화채 만들어 먹으면서 보낼 계획이다”고 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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