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일기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4년 전 오늘 구례에 있었다. 직접 만든 스피커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카페 ‘음악에 물들다’ 주인장 부부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뷰 내내 행복 바이러스를 전하던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5년 전에는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그래픽 노블 ‘풀’로 ‘하비상’을 수상한 김금숙 작가를 인터뷰했고 8년 전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리를 걸었다. 몇 년 전 일을 쉽게 떠올리는 것은 내 기억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매일 아침 휴대폰 화면에 뜨는 ‘추억속의 기록을 감상하세요’를 클릭하면 그 때 그 장소로 순간 이동이 가능하다. 자주 열어보진 않지만 한번씩 옛 사진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얼마 전 출간된 ‘40세 정신과 영수증’은 흥미로운 책이다. 작가를 알게 된 건 즐겨보던 잡지를 통해서였다. 당시 20대였던 그는 물건을 구입한 영수증 사진과 간단한 이야기를 곁들인 글을 연재했었다. 정신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전히 영수증을 통해 자신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가 스물 세살부터 2025년 48세가 될 때까지 모은 영수증은 2만 5000장에 달한다. 종이 영수증 사진이 지금은 휴대폰 안의 전자영수증 사진으로 바뀌었지만 그 안에는 정신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이별, 성공과 좌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절판됐다 이번에 복간된 ‘24세 정신과 영수증’까지 읽으면 한 사람의 ‘역사’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흥미로운 영수증은 또 있다. 대전 독립서점 ‘다다르다’의 영수증이다. 책을 구입하면 책방 주인이 직접 쓴 일기가 담긴 ‘긴’ 영수증을 준다.
일상을 기록하는 행위 중 가장 보편적인 건 그날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일기다. 최근에는 먹은 음식을 매일 적거나, 운동 등 세부 주제를 정해 기록하는 사람들도 많다. 즐겨듣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나 읽었던 책 목록도 개인의 일상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다.
무엇이든, 어떤 방법이든 일상을 기록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알아가면 어떨까. 종이티켓을 모으고 메모를 남기는 일을 다시 시작했는데, 시간이 흘러 스크랩북을 넘길 때 ‘그날’의 감동과 풍경이 고스란히 떠오른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
/mekim@kwangju.co.kr
일상을 기록하는 행위 중 가장 보편적인 건 그날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일기다. 최근에는 먹은 음식을 매일 적거나, 운동 등 세부 주제를 정해 기록하는 사람들도 많다. 즐겨듣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나 읽었던 책 목록도 개인의 일상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다.
무엇이든, 어떤 방법이든 일상을 기록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알아가면 어떨까. 종이티켓을 모으고 메모를 남기는 일을 다시 시작했는데, 시간이 흘러 스크랩북을 넘길 때 ‘그날’의 감동과 풍경이 고스란히 떠오른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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