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독서 - 박성천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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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독서 - 박성천 문화부장
2025년 06월 11일(수) 00:00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유독 독서를 좋아하는 지도자였다. 대통령이 되기 전 일찌감치 정보화의 중요성과 다가올 미래사회의 모습을 예견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군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청주교도소에서 복역 중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탐독한 일화는 유명하다.

정보화 사회를 예견한 내용에 감명을 받은 김 전 대통령은 당시 가족들에게 보낸 ‘옥중서신’에서 “산업화 시대에는 뒤처졌지만 정보화 시대에는 앞서갈 수 있다. 만약 감옥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진리를 깨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그의 사후에 발간된 ‘김대중 자서전’(2010년)에도 수록돼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독서와 토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다독(多讀), 병독(竝讀), 속독(速讀)이 책 읽기의 특징이었는데 한꺼번에 여러 책을 읽는 습관이 있어 곳곳에 책을 두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가 읽은 책으로 파산 직전의 IBM을 회생시킨 루 거스너의 전기를 다룬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한국 민주주의의 기원과 구조 등을 조명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등이 있다.

얼마 전 인터넷서점 알라딘, 예스24가 독자들을 대상으로 새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각각 ‘소년이 온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가 1위를 차지했다. 전자는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광주 5·18을 다룬 소설이며, 후자는 미 하버드대학교 스티븐 레비츠카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가 세계에서 유사한 패턴으로 붕괴되는 민주주의 양상을 조명한 책이다.

지도자, 특히 대통령의 독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독서는 성찰과 겸손, 사람과 미래에 대한 안목을 키워준다. 우리는 그동안 책을 읽지 않는 지도자, 인문학적 사유가 빈곤한 대통령의 민낯과 행태를 생생히 봐왔다. 이제는 고전적 명제가 돼버린 ‘모든 리더(Leader)는 리더(Reader)다’라는 사실을 이재명 대통령이 깊이 새겼으면 한다.

/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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