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박 - 김대성 전남 중·서부 전북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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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박 - 김대성 전남 중·서부 전북 취재부장
2025년 06월 08일(일) 22:00
강가나 길가, 둑길에서 자주 눈에 띄는 가시박은 생김새만 보면 소박한 들꽃 같지만 높은 번식력으로 생태계를 교란하는 유해식물이다. 덩굴로 다른 식물을 덮고 결국 주변 식물을 말려 죽여 ‘식물들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가시박은 북미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줄기는 4~8m까지 자라는데 34개로 갈라진 덩굴손을 이용해 다른 식물이나 물체를 타고 기어오른다. 6월에서 9월 사이 피는 꽃은 수꽃과 암꽃이 구분된 자웅동주(雌雄同株) 형태를 띤다. 수꽃은 총상꽃차례로 누런 흰색을 띠고, 암꽃은 담녹색의 작은 머리 모양이다. 열매는 가느다란 가시로 덮여 있는 장과(漿果)로 한 포기에서 최대 7만 8000여 개의 씨앗을 품는다.

외래식물인 가시박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경로 또한 이채롭다. 안동 지역 오이 재배 농가가 더욱 튼튼한 접목 대목을 찾던 중 북미산 가시박을 들여온 것이 시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접목 효과는 미미했고 방치된 식물은 특유의 번식력에 힘입어 들과 강둑을 타고 퍼져나갔다. 이후 1990년대 들어 점차 번식 영역을 넓히며 생태계를 위협하기 시작했고 우리 정부는 2009년 이를 공식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했다.

농업 생태계를 뒤흔든 가시박의 생존 전략은 놀랍다. 씨앗은 한 번 떨어지면 수십 년간 토양에 잠복할 수 있고 남부지방은 5월 초, 중북부는 5월 중순 이후 싹을 틔운다. 꽃이 피고 씨앗을 맺는 속도도 빠르다. 70일 정도면 번식 준비를 마치고 생육 조건이 맞지 않으면 씨앗은 다음 세대를 위해 휴면 상태로 남는다. 열매를 덮은 가시와 털은 물을 밀어내는 성질을 지녀 장거리 확산에 유리하다. 번식력도 뛰어나 80%에 이르는 높은 발아율로 퇴치하기가 쉽지 않다.

전국적으로 확산한 가시박을 두고 일각에서는 양봉 분야와 친환경 비료로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제거 방법은 어린 식물 상태에서 뽑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정치든 검찰이든 가시박처럼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구태 악’이 무엇인지 면밀하게 살펴보고, 그 싹부터 제거하는 효율적인 처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대성 전남 중·서부 전북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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