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란 시인의 ‘저항정신’ 되새기다
타계 10주년 맞아 기념행사 다채
독재정권 맞서 5·18 알리기 온 힘
한·일 심포지엄, 시선집 발간 계획
기념사업회, 법인화 모색도
독재정권 맞서 5·18 알리기 온 힘
한·일 심포지엄, 시선집 발간 계획
기념사업회, 법인화 모색도
![]() 故 문병란 시인 |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織女에게’ 중에서)
통일의 염원을 담은 시 ‘직녀에게’로 유명한 문병란 시인(1935~2015)이 타계한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남과 북의 분단을 견우와 직녀로 비유한 ‘織女에게’는 분단의 아픔을 형상화한 문 작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이후 ‘織女에게’는 지난 1987년 가수 김원중 씨가 ‘직녀에게’를 만들어 부르면서 일반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문병란 시인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폭압의 정치 상황에서도 5·18민중항쟁의 정당성을 비롯해 진실과 역사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힘을 쏟은 남도의 대표 문인이다.
문병란 시인 10주기를 맞아 고인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문병란기념사업회 이명한 회장은 21일 “문 시인은 군부독재 시대 타는 가슴으로 사회적인 목소리를 시로 표현했다”며 “비양심적 문인들은 자기 영달을 위해 곡학아세를 일삼았지만 문 시인은 뜨거운 가슴으로 거침없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올곧게 표현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통일과 민족정신이라는 거대 담론 외에도 실의에 빠진 서민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작품을 많이 창작했다”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노래한 그의 시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감동을 준다”고 덧붙였다.
화순 출신의 문 시인은 ‘현대문학’(1959~63)에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가로수’ ‘밤의 호흡’ ‘꽃밭’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문병란 시집’, ‘죽순밭에서’, ‘벼들의 속삭임’, ‘땅의 연가’ 등을 비롯해 육필시집 ‘법성포 여자’, ‘장남감이 없는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시집을 펴냈다.
기념사업회는 지난 2020년 말 결성됐다. 지역의 덕망있는 이명한 원로 소설가를 중심으로 유족과 인척, 제자들이 모인 가운데 두암동 사무실에서 기념사업회를 꾸렸으며 이명한 소설가가 회장으로 추대됐다.
이에 앞서 문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민족정신과 뜻을 기리기 위해 평소 그를 아끼고 흠모하는 지인들이 모여 기념사업회 결성 건을 두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준태 시인, 백수인 조선대 명예교수, 일월서각 백명수 대표,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유족을 대표해 장남 문찬기 원장 등이 모여 논의를 했다.
최근까지 기념사업회는 선양사업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이를 토대로 올해는 국제심포지엄, 시선집 발간, 기념사업회 법인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오는 5월 18일에는 기념사업회와 타 기관과의 공동주최로 문병란 시인의 저항정신을 논의하는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문병란 시인과 일본의 양심 작가 마스터 도키코의 저항정신’(가제)을 주제로 한 연구발표를 진행해 인권·평화의 의미를 되새긴다.
행사 이튿날 심포지엄 참가자들과 외국인 일행은 국립5·18민주묘지에 자리한 문 시인의 묘지를 찾아 참배할 계획이다.
문 시인의 작품 가운데 일부 작품을 묶는 시선집 발간도 추진된다. 고인의 선구자적 삶, 문학사적 의미와 가치 등을 조명할 수 있는 시선집 발간을 구상 중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명한 회장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주축이 돼 기념사업회 법인화를 모색 중이다. 문 시인이 타계한지 10주년을 맞아 무엇보다 고인의 유지를 받들고 시대의식 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법인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일본 주오대 히로오카 모리호 교수와 ‘직녀에게·1980년 5월 광주를 공동 번역했던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는 “문 시인은 처음에는 서정시로 출발했지만 이후 불의한 사회와 군부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사회적인 리얼리즘의 시를 많이 발표했다”며 “김현승 시인의 영향을 받아 모던하면서도 서정적인 시 세계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통일의 염원을 담은 시 ‘직녀에게’로 유명한 문병란 시인(1935~2015)이 타계한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문병란 시인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폭압의 정치 상황에서도 5·18민중항쟁의 정당성을 비롯해 진실과 역사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힘을 쏟은 남도의 대표 문인이다.
문병란 시인 10주기를 맞아 고인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문병란기념사업회 이명한 회장은 21일 “문 시인은 군부독재 시대 타는 가슴으로 사회적인 목소리를 시로 표현했다”며 “비양심적 문인들은 자기 영달을 위해 곡학아세를 일삼았지만 문 시인은 뜨거운 가슴으로 거침없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올곧게 표현했다”고 전했다.
화순 출신의 문 시인은 ‘현대문학’(1959~63)에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가로수’ ‘밤의 호흡’ ‘꽃밭’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문병란 시집’, ‘죽순밭에서’, ‘벼들의 속삭임’, ‘땅의 연가’ 등을 비롯해 육필시집 ‘법성포 여자’, ‘장남감이 없는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시집을 펴냈다.
기념사업회는 지난 2020년 말 결성됐다. 지역의 덕망있는 이명한 원로 소설가를 중심으로 유족과 인척, 제자들이 모인 가운데 두암동 사무실에서 기념사업회를 꾸렸으며 이명한 소설가가 회장으로 추대됐다.
이에 앞서 문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민족정신과 뜻을 기리기 위해 평소 그를 아끼고 흠모하는 지인들이 모여 기념사업회 결성 건을 두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준태 시인, 백수인 조선대 명예교수, 일월서각 백명수 대표,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유족을 대표해 장남 문찬기 원장 등이 모여 논의를 했다.
최근까지 기념사업회는 선양사업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이를 토대로 올해는 국제심포지엄, 시선집 발간, 기념사업회 법인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 지난 2022년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과 문병란시인기념사업회 등이 공동으로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한일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문병란기념사업회 제공> |
행사 이튿날 심포지엄 참가자들과 외국인 일행은 국립5·18민주묘지에 자리한 문 시인의 묘지를 찾아 참배할 계획이다.
문 시인의 작품 가운데 일부 작품을 묶는 시선집 발간도 추진된다. 고인의 선구자적 삶, 문학사적 의미와 가치 등을 조명할 수 있는 시선집 발간을 구상 중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명한 회장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주축이 돼 기념사업회 법인화를 모색 중이다. 문 시인이 타계한지 10주년을 맞아 무엇보다 고인의 유지를 받들고 시대의식 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법인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일본 주오대 히로오카 모리호 교수와 ‘직녀에게·1980년 5월 광주를 공동 번역했던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는 “문 시인은 처음에는 서정시로 출발했지만 이후 불의한 사회와 군부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사회적인 리얼리즘의 시를 많이 발표했다”며 “김현승 시인의 영향을 받아 모던하면서도 서정적인 시 세계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