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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구청의 '화난 원숭이'
김미은 문화1부장
2014년 02월 12일(수) 00:00
혹시 ‘화난 원숭이’에 대해 들어보셨는지. 광산구청에 있다는 ‘화난 원숭이’를 만난 사연은 이렇다.

현재 문화부에서는 젊은 문화기획자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창작활동은 활발하지만 판을 짜는 설계자는 부족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뚝딱뚝딱 프로젝트를 만드는 이들을 만나면 재미있다. 어떤 기획자의 말처럼 “이게 문화가 될까 하는 게 문화가 되는” 현장은 유쾌하다.

‘꼬마 상상학교’ (주)라우 김가연 대표(35)와의 인터뷰도 흥미로웠다. 김 대표의 주 활동지는 광주시 광산구. 그녀는 광산구청과 일하는 게 즐겁다고 했다. 좀처럼 듣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지금까지 행정기관과 일한 이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자립 여건이 된다면 다시는 일하고 싶지 않다는 넋두리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동행한 사진부장도 호기심을 나타냈다.

전문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관은 정확히 행정적 지원만하는 게 효과가 높다. 어설프게 알고 좌지우지하는 게 가장 피곤하고 성과도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김 대표는 광산구청과 일하며 기존 공무원 이미지가 깨졌다고 했다.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자신이 꾸는 꿈과 상상이 실현되는 게 보였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김 대표는 아마도 ‘화난 원숭이’덕 인 것같다 했다.

‘화난 원숭이’는 광산구청 정책 동아리다. 이름은 송인혁씨의 책 ‘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에서 따왔다.

책에는 두 종류의 원숭이가 등장한다. 먼저 게리 하멜 교수 실험에서 유래된 ‘화난 원숭이’. 천장에 매달린 바나나를 발견한 원숭이가 줄을 타고 올라가려하자 실험자는 찬물을 뿌렸다. 원숭이들은 번번히 찬물이 쏟아지자 시도를 멈춘다. 이 때 새 원숭이 한마리가 투입됐다. 그 원숭이가 줄을 타려하자 고참 원숭이가 화를 내며 제지한다. 자기까지 찬물을 뒤집어 써야하기 때문이다. 위축된 신참은 이후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이후 원숭이를 한마리씩 계속 교체했다. 결국 직접 찬물 세례를 받은 원숭이는 한마리도 남지 않았지만 이제 어떤 원숭이도 바나나를 따 먹으려 하지 않았다. 아무도 이유를 모르면서도 바나나는 따 먹으면 안되는 대상이 되었다. 학습화된 무기력을 설명하는 실험이다.

1952년 미야자키 현 고자마섬. 과학자들은 원숭이들에게 고구마와 밀을 제공했다. 원숭이들은 고구마의 모래를 털어내 먹었지만 밀은 모래를 털기 힘들어 쉽게 먹지 못했다. 이때 18개월짜리 원숭이 이모(Imo)가 들어왔다. 이모는 시냇물에 고구마를 씻어먹었다. 3개월 후 이모의 친구와 어미가 따라했다. 5년 후 모든 원숭이들이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었고 밀은 물에 던져 넣은 후 가라앉은 모래를 제거해 먹었다. 이후 섬은 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늙은 원숭이들은 결코 고구마를 씻어 먹지 않았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 직원들이 모임을 꾸렸다. 무기력하게 체제에 순응하지 말자. 새로움을 꿈꾸고 창의적인 발상을 끌어내는 이모 원숭이가 되기 위해 네트워킹을 조직했다. 동아리 활동하듯 사람을 만나고, 즐겼다. 부서 곳곳에 흩어진 이들이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갔다. ‘화난 원숭이’ 명예회원인 송인혁씨와 물벼락콘서트도 열었다.

조직의 목표와 성과만이 유일한 지상과제가 된 기관은 죽은 조직이다.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력이 생명인 문화 분야는 더욱 그렇다. 특히 그 목표와 성과가 ‘윗분’의 치적 쌓기에 열중한다면 결과물은 뻔하다. 당초 프로젝트의 의도는 ‘산으로’가고 만다. 민간 참여자들을 좌절케 하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광주시는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전문성과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 조직은 미래가 없다. 광주시가 수억 원의 인건비를 지불하며 광주문화재단을 만든 이유가 뭔가. 그들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활용하기 위함 아닌가. 관행, 일방통행식 지시로 밀어붙이면 답이 없다.

6월이면 지방 선거가 치러진다. 큰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기 좋은 기회다. 강력한 리더십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걸 관장하며 리더의 ‘입’만 쳐다보게 하는 공무원을 양산하는 리더는 이제 사절이다.

유연한 사고와 말랑말랑한 힘으로 무장한 공무원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판을 벌여달라. 그리고 그 판에서 다양한 이들이 엉뚱한 상상력을 풀어놓게 해달라. ‘이류와 삼류보다 못한 건 아류다’라는 말이 있다. 딱 맞다. 관행만 좇다가는 남 뒤꽁무니 따르다 날 샌다.

한데, 물벼락을 맞을 각오로 줄을 타지는 못하더라도 시도를 하는 신참에게 화 내는 원숭이는 되지 않아야 할텐데. 음. 슬프게도 솔직히 점점 자신 없어지는 게 현실이다.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