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에 어울리는 화장실, 그렇게 힘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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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에 어울리는 화장실, 그렇게 힘든가요?
토끼등에 최근 6m 높이 설치…등산객들 ‘되레 근심 쌓이는 곳’
주변 환경과 부조화에 바람길 막아 답답…장불재 화장실도 우려
“국립공원 품격 맞게 설치를”…공단 “위치·환경 최대한 고려한 것”
2025년 07월 08일(화) 20:30
최근 개방된 무등산국립공원 토끼등 화장실.
무등산국립공원을 오가는 등산객들 사이에서 최근 토끼등과 장불재에 조성되는 화장실만 생각하면 근심을 풀기는 커녕, 근심이 쌓이는 곳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립공원에 어울릴 모양을 갖추기는 커녕, 주변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네모 반듯한 화장실이 들어서면서 답답하고 바람길도 막았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8일 무등산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공단은 원효사에 이어 토끼등, 장불재 등에 화장실 조성공사를 진행중으로, 토끼등은 지난 1일 개방했고 장불재 화장실은 오는 8월 등산객들에게 개방한다.

장불재 화장실의 경우 서석대·입석대 등 수직 절리상의 암석이 치솟아 있는 곳을 마주 보는 공간에 철골 구조물이 들어선다. 공단측은 3억6000만원을 투입해 높이 3.3m, 연면적 65.72㎡ 규모로 조성한다.

앞서, 공단은 무등산 토끼등 소리정 맞은편에 4억 2000만원을 들여 높이 6m, 연면적 80.34㎡ 규모의 화장실을 조성, 지난 1일 개방한 상태다.

오수관 연결이 어려운 특성을 감안해 친환경 방식인 무방류 순환 수세식 구조를 적용했다는 게 공단 설명이다.

등산객 반응은 싸늘하다. 세금으로 만든 국립공원 화장실을 이렇게 밖에 만들지 못하느냐는 비판이 줄을 잇는다.

일본의 건축가 화장실 같은 세련된 디자인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자연이 그 자체로 명소인 무등산의 장점을 화장실 하나에도 담아낼 수 있지 않냐는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등산객들이 많다.

입구를 막아 시야를 가리는 구조와 지나치게 높은 외형이 무등산의 풍경과 다소 이질적이라는 지적이다.

일주일에도 두 세번은 무등산을 찾아온다는 주윤정(65·북구 문흥동) 씨는 “올라오자 마자 바람이 안 통해서 조금 아쉬웠다. 낮고 건물을 보다 작게 지었으면 탁 트인 느낌이 있고 뒤에 있는 나무도 더 잘보였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등산객들 사이에서도 “건축물 하나를 지을 때도 국립공원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기존에 설치돼 있던 운동기구가 철거된 점도 아쉬움을 더했다.

이 때문에 현재 공사 중인 무등산 정상 인근 장불재 화장실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8월 개방될 예정인 장불재 화장실 조감도. <무등산국립공원공단 제공>
장불재 화장실은 현재 뼈대까지 마련된 상태다.

반면 저지대에 위치한 원효사 화장실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공단이 9억1200만원을 투입해 조성한 이곳은 고정 건축물로, 높이 6.25m, 연면적 109.20㎡ 규모다. 전통 한옥 양식의 서까래 노출 설계를 적용해 자연 풍경과 잘 어우러진다는 평가다.

무등산 내 세 곳의 화장실은 모두 같은 설계자 작품이다. 공단은 “위치와 배관 조건, 지대 등이 달라 구조적인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며 “친환경 설계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계속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나베시마 쇼토 공원에 있는 공공화장실. <일본 재단 제공>
일본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한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의 경우 세계적 건축가들의 참여를 통해 공공화장실 17곳을 디자인·접근성·예술성을 모두 고려한 공간으로 바꾼 점에 주목, 공공성과 친환경성, 디자인을 갖추는 공간 조성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박홍근 전 광주시건축정책위원회위원은 “공공건물은 기능만으로 끝나선 안 된다. 공공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과 눈높이에 맞는 ‘문화 공간’이 돼야 한다”며 “우리나라 공공화장실은 아직도 ‘벽, 천장, 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우리도 이제는 공공시설을 문화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전했다.

무등산국립공원공단은 “고지대다 보니 수도나 전기, 오수관로 등 인입이 어려운 현장 여건이 있고 물을 정화해 사용하는 해당 구조 특성상 건물의 면적이 클 수밖에 없었다”며 “단열복층유리 사용, 고성능 단열재 등을 통해 국립공원에 걸맞은 탄소중립 건축물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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