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광으로 보면 비로소 상대의 진가 보이죠”
  전체메뉴
“역광으로 보면 비로소 상대의 진가 보이죠”
‘팔순잔치’서 제자들에 책 선물 송민석 전 교장
광주일보 은펜칼럼 기고글·사진 모은 ‘순광보다 역광이다’ 펴내
교육철학·성찰·사회적 이슈 등 담아…“모든 것 기록으로 남길 것”
2025년 04월 23일(수) 19:30
32년 간 교편을 잡았던 송민석<사진> 전 교장은 2003년부터 광주일보의 ‘은펜칼럼’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22년 간 그는 교직 생활뿐 아니라 퇴임 이후 깨달은 교육자로서의 철학과 사회적 이슈, 인생의 성찰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송 전 교장이 광주일보 은펜칼럼 기고글과 직접 촬영한 사진 41장을 모아 칼럼집 ‘순광보다 역광이다’를 펴냈다. 책에는 첫 기고였던 ‘절제교육과 살맛 나는 사회’를 포함해 20여 년 동안 연재된 64편의 칼럼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1946년 태어나 올해로 산수(傘壽·80세)를 맞은 송 씨는 이번 칼럼집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제자들이 팔순 잔치를 제안하더군요. ‘함께 한 제자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 없겠다’는 마음에 지난해 가을부터 책을 준비했어요. 5달 동안 그간 광주일보 ‘은펜칼럼’에 실렸던 글들을 정리했습니다. 인생 마지막을 정리할 기회를 우리 제자들이 준 셈이죠.”

특히 2006년 12월 ‘교사 분발 없인 교권 없다’라는 기고로 광주일보 은펜상을 받은 그는 교육자로서의 철학과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순광보다 역광이다’라는 책 제목도 그가 쓴 칼럼 제목에서 착안했다. 과거 송 씨는 교직 생활과 입학사정관의 경험을 통해 사람을 겉모습만으로 평가하며 편견을 가졌다고 고백했다.

“성적순으로 학생을 보던 제 습관을 깨닫게 된 건, 의외의 제자들이 진정한 기쁨과 감동을 줬던 순간들 덕분이죠. 교사는 학생의 겉모습만 보고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정면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역광으로 바라보면 비로소 상대방의 진가가 보이더라고요.”

그는 오랜 기간 칼럼 필진으로 삶의 기록을 남기는 데 중점을 둔 이유를 설명했다.

송 씨는 “글을 씀으로써 하나의 역사가 남는다는 게 너무 좋았다”며 “사회적 이슈부터 내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까지 모두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학생에게 진심어린 관심을 줘야 합니다. 부진아라도 그들의 가능성을 믿고 사랑으로 포용하는 교사가 필요하죠. 이런 참스승을 어른들도, 아이들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는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방황하던 학생이 졸업 후 장성한 모습으로 찾아와 주례를 부탁했던 때를 회고했다. 송 씨는 “교사의 역할이 학생의 겉모습과 성적만을 보는 것이 아닌 그들의 어려움까지 이해하고 마음과 마음으로 연결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