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환지본처(還至本處) -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2022년 09월 26일(월) 01:00
함평 예덕리 신덕고분(新德古墳)은 1991년 국내 장고분(일본 명칭 전방후원분) 가운데 처음으로 발굴·조사됐다. 이 고분의 발굴은 삼국시대 고분 연구는 물론이고, 일본 전방후원분과 연관성을 규명하는 단초가 됐다. 신덕고분은 도굴범이 2년여 만에 붙잡힌 드문 사례로 기억된다. 무덤을 파헤친 뒤 65점에 달하는 유물을 훔쳤으나 당시 서울지검의 대대적인 수사로 1993년 용의자 두 명이 붙잡혀 구속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도굴 덕분에 신덕고분이 본격 발굴되는 계기가 됐다.

문화재는 도난·도굴되면 범인 검거는 물론이고 회수가 어렵다. 외딴 고분이나 인적이 드문 사찰에서 유물을 훔치는데다 수십 년 감춰두었다가 은밀하게 암시장에서 거래하기 때문이다. 소장자가 나타나더라도 선의취득(善意取得)을 주장하면 도난 문화재인줄 알면서도 환수가 쉽지 않다. 훔친 물건인 줄 모르고 취득한 경우 법에서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최근 구례 도계암에 돌아온 신중도(神衆圖)는 운이 좋은 케이스다. 1871년 제작된 이 불화는 2000년 10월 도난당했으나 여러 경로를 거쳐 우연찮게 이를 기증받아 소장한 곳이 경남 거제 대원사였다. 대원사가 신중도를 문화재로 지정하는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문화재청에 의해 도난 문화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대원사 측은 선의취득을 주장하지 않고 흔쾌히 돌려주기로 했다. “환지본처(還至本處: 본래의 자리로 돌아감) 되어야 한다”는 불가의 가르침을 실천한 것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도난·도굴, 암거래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되지 못하고 있다. 공소시효를 10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선의취득 조항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유정주 국회의원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문화재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문화재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도난 문화재 공소시효를 25년으로 연장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문화재의 출처와 취득 경위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 문화재청장의 확인을 받아야만 선의취득을 인정하는 조항도 추가했다. 하루빨리 개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문화재를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