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비닐봉지야 - 김지을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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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 비닐봉지야 - 김지을 사회부장
2025년 06월 30일(월) 00:00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 사는 12살 소녀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비닐봉지 쓰레기를 주목했다. 서핑을 즐기고 수영과 일광욕을 하던 해변에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에 대한 소녀의 문제 의식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2013년, 10살 동생과 환경 단체를 만들게 된다. ‘바이 바이 플라스틱 백(Bye Bye Plastic Bags·BBPB)’. 해석하자면 ‘잘가 비닐봉지야’ 정도쯤 될 듯 하다.

이들은 본격적인 비닐봉투 사용 금지 운동을 벌였다. 기회만 되면 학교에서 문제점을 알리는 설명회·워크숍을 열었고 해변 정화운동을 진행했다. 발리 공항을 찾아 출국하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서명을 받아 정부에 전달하는가 하면 단식 투쟁까지 벌였다. 결국 발리 주지사가 2018년까지 비닐봉지가 없는 발리를 만들겠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10대 환경운동가 멜라티 위즌의 얘기다. 어린 10대 소녀가 시작한 작은 행동은 학교, 지역사회, 국가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공감하는 세계인들을 중심으로 비닐봉지 사용 금지 운동 등의 변화로 이어졌다.

스타벅스가 최근 모든 매장에서 종이 빨대를 사용하던 정책을 바꿔 플라스틱 빨대(식물 유래)를 시범 도입키로 했다. 앞서, 스타벅스 코리아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는 차원에서 지난 2018년 종이 빨대를 전국 매장에 도입한 바 있다. 환경부가 지난 2023년 11월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조처의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하는 등 일회용품 규제를 완화한 정책 변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한 번 부치면 세상이 뒤집힌다는 부채 ‘파초선’을 언급했다. “여러분이 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죽고 살고, 망하고 흥하고, 그런 게 쌓이면 나라가 흥하거나 망하는 일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10대 소녀의 미미한 행동이 미래의 큰 방향을 바꾸는데, 파초선을 손에 쥔 이들의 결정은 오죽할까. 힘들더라도 조금씩 나아가는 환경 정책을 기대하면 안되나.

/김지을 사회부장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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