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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연금개혁 꼭 삭감이 답일까?
강 대 석
남도향토문학연구원장·행정학박사
2014년 10월 29일(수) 00:00
공무원 연금이 개혁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엊그제 발표된 정부의 개혁안을 보면 한마디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꾼다고 한다. 즉 ‘41% 더 내고 34% 덜 받는 구조’이며, ‘신규공무원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수준’으로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은 진즉부터 제기되어 왔다. 가장 큰 이유는 재정적자이다. 올해도 2조5000억 원 정도의 적자를 정부예산으로 메워야하기 때문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이 그렇게 적자라면 문제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재정적자를 이유로 연금구조를 바꾸어 공무원들의 사기를 꺾고 기존 수령자들의 연금에까지 칼을 대야 할까? 노인복지를 위해서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기 위해 박근혜 정부 4년간(2014∼2017) 39조 6000억 원의 예산을 퍼붓는 복지국가에서 말이다.

우리사회에는 공무원 연금 개혁에 앞서 잘못된 구조를 바꿔야 할 개혁적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한 잘못들만 바로 잡아도 연금적자를 보전할 재원이 충분히 나오고도 남는다. 최근 감사원의 공공기관 감사결과에 의하면 정부투자기관 등 55개 공공기관에서 지난해 노사 이면합의를 통해 인건비를 방만하게 집행하고 부실한 사업검토로 낭비한 예산이 무려 12조 2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또 빚더미인 20개 정부투자기관장의 평균 연봉이 2억5000만 원 정도라고 하니 그 방만함에 말문이 막힌다. 진짜 개혁을 하고 손볼 곳은 따로 있다는 얘기가 된다. 사실 이러한 것들은 정부가 낙하산 인사만 안하고 선임절차만 제대로 거쳐 임명해도 고쳐질 수 있다고 본다. 낙하산 인물들의 대부분이 정피아 내지는 관피아들로, 태생적 한계와 비전문성으로 인해 노조와 야합하여 임명 공공기관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연봉 잔치를 벌이기 때문이다. 선임시 재직기간 동안 자기가 받을 희망연봉서약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임원추천위원회 등에서 검증절차를 제대로 거쳐 임명한다면 방만한 운영이나 연봉 잔치는 바로 사라질 것이다.

또 국세청자료에 의하면 정부가 정책적 필요에 의해 기업과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비과세하고 감면해 주는 국세 감면액이 올해도 33조원에 달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세 비과세 감면액도 15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단순 계산으로 48조원의 재원이 비과세 감면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선심 쓰듯 감면해 주는 비과세 감면제도를 조금만 정비하여 현재 감면액의 5%만 줄여도 힘없는 공무원들의 밥그릇을 깨뜨리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차제에 선출직 공무원의 희망연봉제 도입을 제안한다. 올해 대통령의 연봉은 1억9천만 원이지만 직급보조비를 합하면 2억3000만 원 정도이다. 또 국회의원의 세비는 1억3000만 원이며 광역 시·도지사는 평균 1억7백만 원, 시장·군수는 평균 8000만 원선이다. 그리고 전국의 지방의원 2888명의 평균 의정비는 5000만 원정도이다. 이들은 모두 국민들이 선출하는 선출직공무원이다. 따라서 선거시 당선된 후 자기가 받을 희망연봉을 공약토록 의무화한다면 많은 혈세가 절약될 것이다. 대다수 후보들이 당선을 위해 무보수나 최소연봉을 공약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의 질이 낮아진다거나 다른 부작용을 염려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기우다. 이 세상에는 돈보다 명예를 중시하는 분들도 많이 있고, 깨끗하고 바른 정치를 하고자하는 분들도 의외로 많다. 또 우리 국민들이 무턱대고 희망연봉액 만을 비교하고 선택할 만큼 수준이 낮지 않다는 점도 그 해답이다.

덴마크의 국회의사당에 가면 수많은 자전거들이 주차장에 가득하다. 모두 국회의원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들이다. 그들에게는 보좌관도 전용차량도 없지만 국민소득은 6만 달러가 넘는 복지국가다. 우리나라도 국가의 지도충이 먼저 수범을 보이고, 정부 곳곳의 혈세가 낭비되고 손실되는 부문을 손질한 뒤, 그래도 재정이 부족하다면 연금개혁에 착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공무원연금은 정부가 만든 공적연금으로서 스스로 보장해 주어야할 최소한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