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멸 - 오광록 서울본부부장
소설가 전경린은 ‘환과 멸’이라는 소설을 통해 인간의 감정 중 하나인 ‘환멸’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우리는 흔히 환상이 깨어질 때 ‘환멸을 느낀다’고 표현한다. ‘환(幻)이 멸(滅)한 상태인 환멸’이라는 단어의 속뜻은 더욱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환은 일종의 허깨비다. 환멸은 허깨비가 사라져 본질을 온전히 볼 수 있는 순수한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허깨비가 사라졌는데 환멸을 느끼냐”는 것이다. 허깨비가 사라지면 인간과 사건의 본질을 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자면 이쁘게 포장된 선물상자가 사라지고 안에 담긴 선물만 보이는 상태가 환멸이다. 본질에 가까워질수록 환멸을 느낀다는 것은 인간 본성의 역설이다. 타인을 규정할 때 본질보다는 수많은 수식과 포장으로 덧칠해진 ‘환상’에 집중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몸과 정신과 양심을 가려주던 허깨비가 사라져 초라한 본질만 목격되는 순간, 우리는 서로에게 환멸을 느낄 수밖에 없다.
환멸이라는 단어가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곳이 정치판이다. 화려한 수식과 포장의 극치가 정치이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꿈과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허깨비가 동원되고 정치인도 이같은 허깨비 속에 쌓여서 팬덤을 형성하게 된다. 최전선은 인사청문회다. 살아 온 모든 과정과 인간관계가 세상에 공개되고 과거에 했던 말과 글도 모조리 노출된다. 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최근에는 숱한 녹취가 생생하게 공개되기도 한다. 허깨비를 날려버릴 수단이 늘수록 정치판에 환멸은 자주 등장한다.
환멸은 한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도 남긴다. 통합과 탕평을 강조하는 이재명 대통령은 보수 진영 인사인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지만 순식간에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도 쏟아지는 의혹 속에서 벼랑 끝에 섰다. 무소속 강선우 의원은 과거 언행과 의혹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자격을 내려놓고 민주당도 탈당했다.
모두가 탐정인 시절, 국민에게 환멸을 주지 않는 정치인으로 남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사라질 허깨비에 치중하지 말고 본질에 집중’하는 방법 밖에 없다.
/오광록 서울본부부장 kroh@kwangju.co.kr
환멸은 한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도 남긴다. 통합과 탕평을 강조하는 이재명 대통령은 보수 진영 인사인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지만 순식간에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도 쏟아지는 의혹 속에서 벼랑 끝에 섰다. 무소속 강선우 의원은 과거 언행과 의혹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자격을 내려놓고 민주당도 탈당했다.
모두가 탐정인 시절, 국민에게 환멸을 주지 않는 정치인으로 남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사라질 허깨비에 치중하지 말고 본질에 집중’하는 방법 밖에 없다.
/오광록 서울본부부장 kroh@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