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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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2025년 07월 30일(수) 00:00
논리학에서는 딜레마가 등장한다.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그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을 우리는 흔히 딜레마라고 표현한다. 딜레마는 정치에서 특히 자주 사용되는 전략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주택공급을 늘리는 부동산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이를 추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비리가 터지면서 딜레마에 빠졌고, 이는 다음 대통령선거의 중요한 먹잇감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부위원장 및 위원 선출과 관련해 광주시의원 10명을 무더기로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면서 이들에 대한 해당(害黨)행위 여부와 징계 수위가 주목된다. 내란에 동조한 국민의힘의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 여부가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민주당도 이 사안을 엄중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

이들 시의원들은 스스로 딜레마의 감옥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사과문을 통해 “위원장·부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절차를 투명하게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함 점과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을 부위원장으로 선출된 일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자신들이 뽑은 국민의힘 의원이 ‘내란정당’이라는 점은 스스로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해당 의원의 자진사퇴를 주장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밀실투표 등을 진행해 무소속과 국민의힘 시의원을 위원장·부위원장으로 선임한 민주당 시의원들 중 아무도 “이들을 뽑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딜레마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해당행위 의혹을 받는 시의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이들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밀실투표가 조작됐다는 말이 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이다. 앞서 “밀실투표 없이 추대로 무소속과 국민의힘을 선출했다”는 발표 자체도 거짓이었기 때문에 신뢰를 잃었다. 애초 민주당 내 다른 의원으로 합의하고도 무소속 의원을 위원장으로 변경하는 과정에 ‘특정인의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도 사고 있다. 거짓으로 시작된 딜레마는 스스로 거짓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결코 빠져나갈 수 없기에 민주주의는 이를 엄벌에 처한다.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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