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계 최병오 유작전…26일까지 동구 미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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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 최병오 유작전…26일까지 동구 미로센터
카메라·사진·필름 등…5·18 사진 구성 영상도
회화적 사진 미학…최병오 ‘고요한 기록’
2025년 07월 22일(화) 19:00
사진작가 최병오 유작전이 동구 미로센터에서 오는 26일까지 열린다. 80년 5월 도청 분수대에서 열린 시민들의 집회 장면.
1959년 작 ‘초원의 아침’(전남대)
‘와불’(화순 운주사, 년도 미상)
사진 예술로 생을 조망한 한 예술가의 고요한 기록.

작가는 사진을 그림의 한 영역으로 생각했겠다. 회화적 감성과 시적인 분위가 배면에 드리워져 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단상이다.

동구 미로센터에서 진행 중인 송계 최병오 유작전(오는 26일까지).

‘초원의 아침’을 주제로 펼쳐지고 있는 이번 사진전은 사진으로 삶과 시대를 응시했던 최병오 작가(1933~2001)의 다양한 유작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작품을 통해 삶과 예술, 진실과 기억, 사진과 회화 등을 겹쳐볼 수 있다.

혹자는 그의 작품을 가리켜 ‘회화적 사진의 미학’이라고 평한다. 사진 속에 회화적 감성과 시적 리얼리즘을 투영했다는 의미일 게다. 아마도 생전의 그는 끊임없이 피사체 너머의 진실을 추구했던 것 같다.

전시장에서는 창작 사진 13점 등 모두 25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최 작가가 렌즈로 포착한 대상은 농촌과 자연, 인간의 노동과 고요한 풍경이다.

사진의 기저에 흐르는 기본적인 정서는 서정성이다. 아련하면서도 애틋한 감성이 깃든 작품들은 단순한 기록의 차원을 넘어선다. 예술과 기록의 경계를 확장한 작품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회화 같기도, 사진 같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었던 그는 조선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하지만 생활의 어려워지자 학업을 중단하기에 이른다. 한동안 그림과 사진 사이에서 진로를 두고 고민했던 그는 결국 사진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고등학교 시절 접했던 사진이 그의 삶의 행로를 결정한 것이다.

1966년 사진가들과 결성한 ‘D.P협회’를 매개로 작품 활동을 했으며 이후 30년 넘게 사진작업을 지속했다. 송 작가의 작품에서는 대부분의 풍경과 사람이 동일한 가치로 구현돼 있다.

‘이른 아침’은 지난 92년 곡성군 무정면 어느 시골길에서 포착한 풍경이다. 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 지개를 지고 가로수 길 사이를 걸어가는 노인의 모습이다. 안개 너머를 향해 걸어가는 노인은 마치 생의 저편 미지를 향해 서서히 나아가는 듯하다. 마치 그것이 우리네 삶의 한 단면 같기도 하다.

1982년 작 ‘나목’은 지리산에서 찍은 작품이다. 세월의 모진 풍상을 겪고 벌거벗은 고목으로 남은 나무는 안타까움과 한편으로 장엄함을 느끼게 한다. 존재의 무거움, 생의 위대함을 작가는 스러져가는 늙은 나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관람객은 고목에도 새순이 돋고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지던 초목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흑백으로 포착한 작품들은 수묵화적 구도와 여백의 미를 발현한다. 실루엣과 안개, 나무, 침묵 등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작품은 잃어버린 옛 향수와 원초적인 감성을 일깨운다.

한편으로 전시실에는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기록 필름과 사진도 전시돼 있다. 특히 오월 사진들을 모티브로 구성된 ‘미디어 영상전’은 그날의 진실을 아프게 보여준다. 분수대 앞, 금남로, 전남대병원 사거리 등의 모습은 역사적 기록으로 울림을 준다.

임종영 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은 송 작가에 대해 “오월의 거리에서 그는 카메라로 목격자가 되었고 사진으로 증언자가 되었다”고 평했다.

5월 관련 사진은 지난 2023년 유품을 정리하던 아들 최재영 작가에 의해 137컷의 사진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이를 토대로 5·18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 기획전 ‘1980년 5월 단상’을 민주화운동기록관 전시실에서 개최된 바 있다.

미로센터 전시실에는 아카이브 자료들도 비치돼 있다. 필름카메라를 비롯해 필름, 현상메모, 수첩, 전시 기획 노트 등도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남궁윤 예술감독은 “최병오 작가의 사진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카메라로 그린 회화라고 할 수 있다”며 “삶의 풍경과 역사적 현장을 모두 아우르고자 했던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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