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역설, 빈센트 베빈스 지음, 박윤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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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열기는 찬란했지만, 그 빛이 비추던 세계는 과연 바뀌었을까.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구속됐고, 정권교체를 이뤘다. 많은 이들이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제는 여전하다. 12·3계엄사태 이후 드러난 우리 민주주의의 취약함, 정치적 갈등과 둘로 갈라진 광장…. ‘빛의 혁명’은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워싱턴포스트, 파이낸셜타임스 등에서 일하며 사회운동과 냉전사를 주로 취재해온 국제 전문기자 빈센트 베빈스가 최근 펴낸 ‘광장의 역설’은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에 던져야 할 질문을 묵직하게 던진다. ‘아랍의 봄’과 브라질 대규모 시위, 홍콩의 황색운동, 칠레와 이집트, 그리고 한국의 촛불까지. 저자는 12개국 200여 명의 활동가와 정치인, 시위 참여자들을 인터뷰하며, 세계를 휩쓴 거대한 사회운동의 ‘이후’를 바라본다.
거리의 열기는 왜 그토록 쉽게 사그라졌는가? 왜 많은 시위가 도리어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는가? 저자는 “조직과 대표성을 거부한 수평주의가 시민의 열망을 실현하지 못하고 실패로 귀결됐다”고 진단한다. 특히 2013년 브라질 시위가 낳은 결과는 상징적이다. 버스요금 인상 반대를 시작으로 수백만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이후 권력 공백을 우파 정치세력이 채우며 오히려 사회는 퇴행했다. 2019년 홍콩, 2011년 이집트 등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책은 운동 내부의 문제를 성찰하지 않고서는 실패를 극복할 수도 없다는 냉철한 교훈을 던진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2016년 촛불 역시 “좁은 의미의 성공에 그쳤다”고 평가하며, 오늘 우리가 다시 ‘사회대개혁’을 말하고 있다면 촛불의 한계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진실의힘·2만7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거리의 열기는 왜 그토록 쉽게 사그라졌는가? 왜 많은 시위가 도리어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는가? 저자는 “조직과 대표성을 거부한 수평주의가 시민의 열망을 실현하지 못하고 실패로 귀결됐다”고 진단한다. 특히 2013년 브라질 시위가 낳은 결과는 상징적이다. 버스요금 인상 반대를 시작으로 수백만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이후 권력 공백을 우파 정치세력이 채우며 오히려 사회는 퇴행했다. 2019년 홍콩, 2011년 이집트 등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