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소크라테스가 되자- 김 환 영 지식 칼럼니스트, 데일리인베스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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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은 소크라테스가 되자- 김 환 영 지식 칼럼니스트, 데일리인베스트 대기자
2025년 05월 13일(화) 00:00
널리 회자되는 격언들은 종종 현실을 단순화시킨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우리 인식에서 어떤 가능성을 지워버린다. 선택지를 좁히고 사고의 자유를 제약한다.

존 스튜어트 밀은 “만족한 돼지보다 불만족한 인간이 낫고, 만족한 바보보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은 ‘만족한 소크라테스’나 ‘불만족한 돼지’라는 조합을 시야 밖으로 밀어낸다. 철학적 고뇌가 본질에서 더 우월하다는 가치를 암묵적으로 강요한다.

쇠렌 키르케고르는 “결혼을 하면 후회하고, 하지 않아도 후회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결혼이든 비혼이든 결과는 후회일 뿐이라는 인식을 남긴다. 만족스러운 결혼, 만족스러운 비혼이라는 시나리오는 애초에 고려되지 않는다.

이러한 인식 구조는 문제다. 우리는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와 ‘만족한 돼지’ 사이에서 고르라는 구도 자체를 의심해야 한다. 왜 ‘만족한 소크라테스’는 상상하지 못하는가?

하나의 변수로는 두 가지 경우가 나온다. 두 개의 변수로는 네 가지다. 하지만 사회는 네 가지 중 두 가지나 세 가지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한다.

‘부뚜막에 올라간 얌전한 고양이’라는 말 뒤에는, 나머지 세 고양이가 배제돼 있다. 부뚜막에 올라가지 않은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올라가지 않은 얌전하지 않은 고양이, 부뚜막에 올라간 얌전하지 않은 고양이다. 여기에 시간의 순서(먼저/나중)라는 변수까지 더하면 여덟 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 얌전한 고양이’에서 ‘부뚜막에 나중에 올라간 얌전하지 않은 고양이’까지.

우리는 그런 복합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특정한 고양이만이 ‘정답’인 양 받아들인다. 실제론 어떤 고양이가 가장 흔한지, 어떤 고양이가 나와 맞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사회는 특정 고양이를 기준점으로 제시하고 그것이 보편적이자 바람직하다고 믿게 한다.

현대 사회는 종종 ‘오직’이라는 단어로 움직였다. ‘오직 반공’은 안보를 지켰고 ‘오직 수출’은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억눌린 민주주의와 무시된 내수경제가 있었다.

마르틴 루터의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도 강력한 힘을 가졌고 종교개혁을 넘어 시민사회 발전을 자극했다. 하지만 신앙은 선행, 전통, 그리고 개인의 의지와 결합할 때 더욱 단단해진다. 요약에서 나온 절대성은 변화를 이끌 수는 있어도 현실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또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힌다.

이분법은 익숙하고 쓸모도 있지만 위험하다. ‘아는 것이 힘’이 될 수 있고 동시에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다. “쳐다보지 말라”는 말도 “태산도 결국 하늘 아래에 있다”는 말도 모두 나름의 지혜를 담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모든 것을 한번 뒤집어보는 훈련이 유익하다.

이솝 우화에서 여우는 수많은 꾀를 자랑하지만 결국 사냥개에 잡힌다. 반면 나무에 올라가는 한 가지 기술만 있는 고양이는 살아남는다. 하지만 이 이야기도 생략이 많다. 나무가 없는 들판이었다면 고양이는 죽었을 것이다. 여우의 100가지 재주 중에 사냥개보다 빠른 달리기 실력으로 빠르게 도망치는 기술을 사용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어쩌면 고양이는 선택이 문제였다.

여우와 고양이의 교훈은 단순하지 않다. 많은 선택지를 가졌다고 반드시 우월한 것도, 한 가지 기술만으로 모든 상황을 헤쳐나갈 수도 없다. 핵심은 맥락이다. 전략이 아니라 그 전략을 언제 어떻게 쓰느냐가 생사를 가른다.

우리는 ‘이것 아니면 저것(either/or)’에서 ‘둘 다 그리고 모두(both & all)’가 보다 강화되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소유냐 존재냐’가 아니라 ‘소유도 존재도’로 인식을 넓혀야 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복잡하다. 미래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복잡한 사고를 요구할 것이다. 여전히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정리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본질적인 욕망이 지워져선 안 된다.

단순함은 복잡함으로,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자유자재로 오가며 돈 많은 소크라테스가 되자. 지식도 있고 돈도 있으면 금상첨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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