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친구들 위해 ‘5·18 다큐’ 만들었어요”
광주 찾은 스위스 고등학생 이지우 양
‘소년이 온다’ 故 문재학 열사 어머니·역사 현장 등 담아
“5·18은 과거사 아닌 ‘현재’…그날의 아픔·진실 전할 것”
‘소년이 온다’ 故 문재학 열사 어머니·역사 현장 등 담아
“5·18은 과거사 아닌 ‘현재’…그날의 아픔·진실 전할 것”
![]() 5·18 다큐 제작을 위해 광주를 찾은 이지우 양. |
스위스 취리히에 거주하는 이지우(18)양이 고등학교 졸업 작품으로 5·18 민주화운동 소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머나먼 광주를 찾았다. 역사의 진실과 그날의 고통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그녀의 진심 어린 여정이 따뜻한 공감을 자아냈다.
지난해 우연히 관람한 영화 ‘길 위의 김대중’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지우 양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5·18의 진실을 다큐에 담아내고자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12·3 사태 당시 어머니께서 ‘한국에 계엄이 선포된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은 시민들의 저항과 희생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탱할 수 있었던 핵심적 사건’이라고 알려주셨어요. 5·18의 역사적 사실과 현재 유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중심으로 영상을 만들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그는 곧바로 518민주유공자유족회에 메일을 보냈고, 방학을 활용해 광주 방문 일정을 조율했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40~50분 분량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지우 양은 “스위스의 고등학교는 졸업할 때 글, 그림, 영상 등 원하는 작품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제출해야 하는데 감정을 이해하고 전달하기에 영상이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한국 현대사에 대해 배우지 않는 스위스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한국에도 이런 민주화의 역사가 있었음을 알리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광주에서 보낸 3일간 지우 양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속 동호의 실제 인물인 고(故)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 등 유족들과 5·18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5·18 때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아픔을 간직한 김 여사께서 당시 상황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며 “그날의 트라우마를 안고도 여전히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5·18은 단순히 과거사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립 5.18민주묘지와 전일빌딩, 5.18 기념공원 등 역사적 현장을 방문하며 자료를 수집한 그는 생생한 인터뷰와 현장 체험을 통해 5.18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더 깊이 느꼈다고 설명했다.
“5·18재단 관계자분께 민주묘지 각각의 묘비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또 5.18기념공원에 전시된 희생자들의 사진과 전일빌딩에 남아있는 헬기 사격의 탄흔을 마주하면서 당시의 참혹함을 실감했죠. 살아남은 유족들이 어떻게 그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지 저는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 같아요.”
한편, 지우 양의 조부모는 1971년 정부의 요청으로 스위스 아동촌에 한국 전쟁 고아 70여 명을 가르칠 국어 교사로 파견을 나갔고 이후 한식당, 한인마켓 등을 경영하며 정착했다. 국어 교사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나이에 이민 갔던 아버지도 언어부터 한국사까지 해박하다.
함께 광주를 방문한 어머니 김경미(50) 씨는 “스위스에서 나고 자란 지우가 뿌리인 한국사에 관심을 가져줘서 대견했다”며 “언어와 역사적 이해에서 한계가 있을 것을 알았지만 그 선택 자체로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의 첫발을 내디딘 지우 양은 스위스로 돌아가 남은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할 계획이다. 그는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5·18의 아픔과 진실을 잘 담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인터뷰를 다시 보는 것부터 시작해 번역 작업과 편집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지난해 우연히 관람한 영화 ‘길 위의 김대중’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지우 양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5·18의 진실을 다큐에 담아내고자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는 곧바로 518민주유공자유족회에 메일을 보냈고, 방학을 활용해 광주 방문 일정을 조율했다.
광주에서 보낸 3일간 지우 양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속 동호의 실제 인물인 고(故)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 등 유족들과 5·18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5·18 때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아픔을 간직한 김 여사께서 당시 상황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며 “그날의 트라우마를 안고도 여전히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5·18은 단순히 과거사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광주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 방문한 이지우(왼쪽)양과 어머니 김경미 씨. <이지우 양 제공> |
“5·18재단 관계자분께 민주묘지 각각의 묘비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또 5.18기념공원에 전시된 희생자들의 사진과 전일빌딩에 남아있는 헬기 사격의 탄흔을 마주하면서 당시의 참혹함을 실감했죠. 살아남은 유족들이 어떻게 그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지 저는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 같아요.”
한편, 지우 양의 조부모는 1971년 정부의 요청으로 스위스 아동촌에 한국 전쟁 고아 70여 명을 가르칠 국어 교사로 파견을 나갔고 이후 한식당, 한인마켓 등을 경영하며 정착했다. 국어 교사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나이에 이민 갔던 아버지도 언어부터 한국사까지 해박하다.
함께 광주를 방문한 어머니 김경미(50) 씨는 “스위스에서 나고 자란 지우가 뿌리인 한국사에 관심을 가져줘서 대견했다”며 “언어와 역사적 이해에서 한계가 있을 것을 알았지만 그 선택 자체로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의 첫발을 내디딘 지우 양은 스위스로 돌아가 남은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할 계획이다. 그는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5·18의 아픔과 진실을 잘 담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인터뷰를 다시 보는 것부터 시작해 번역 작업과 편집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