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지연된 정의...일제 전범기업 재판은 3년 넘게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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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지연된 정의...일제 전범기업 재판은 3년 넘게 방치
강제동원 소송 2건 여전히 계류 중
미쓰비시重 등 배상 회피하는 사이
원고 5명 중 4명은 고령으로 사망
시민모임 “비뚤어진 정의” 비판
시민사회도 조희대 즉각 사퇴 촉구
2025년 05월 08일(목) 19:20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8일 광주시의회에서 대법원의 ‘선택적 정의’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과 관련,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변명을 내놓으면서 시민단체로부터 ‘비뚤어진 정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제 강제동원 배상 피해를 요구하는 재판에 대해서는 3년 넘도록 방치하는 ‘지연된 정의’를 보이고 있어서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8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이 역사정의와 관련된 공적인 가치에 대한 판단은 차일피일 미루면서,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적극 개입하는 ‘선택적 정의’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8일 현재 대법원에는 일제 강제동원 관련 2건의 소송이 계류 중인데, 관련 재판이 지연되면서 소송을 냈던 원고 4명(김중곤·이동련·박해옥·김성주)은 고령으로 사망한 상태다.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미쓰비시중공업에 제기한 상표권 2건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2022년 5월 접수),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가 일본제철 소유 PNR 주식 특별현금화명령(2023년 1월 접수) 등이 계류중인데 여전히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다. “이재명 대표의 6만 쪽에 이르는 소송 서류는 이틀 만에 읽었다는 대법관들이 강제 동원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고령의 할머니들 재판 서류는 뭐가 그렇게 읽기 힘드냐”는 비판이 나올만하다.

양 할머니의 경우, 2012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지 6년만인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7년 넘게 배상을 회피하면서 압류명령, 특별현금화명령 등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양 할머니와 함께 소송을 낸 원고 4명은 고령으로 사망해 결국 양 할머니 홀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양 할머니 또한 최근 3년째 요양병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민모임은 대법원 판결이 늦어지는 배경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영향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22년 7월 윤 정권이 ‘일본과의 외교적 시간’을 이유로 대법원에 전범기업 자산 강제매각 소송에 대한 판결을 보류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이 지금까지 판결을 지체하는 것은 윤 정권의 의견서에 동조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폭력을 가하는 행위라고 시민모임은 주장하고 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상식을 뛰어넘어 기존 판결을 뒤집는 파기환송 판결도 9일 만에 처리하는 대법원이 왜 미쓰비시 강제집행 판결은 3년씩이나 묵히고 있느냐”며 “대법원은 비뚤어진 정의로 역사 정의에 대한 재판을 직무 유기했으며, 그 사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르게 된 데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에서도 대법원 판단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를 정치개입으로 내몰고 자신의 이념에 따라 법원을 사유화한 조희대 대법원장은 즉각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광주비상행동 또한 최근 성명을 내고 “대법원의 파기 환송 판결이 극우 내란 세력의 정치적 부활을 위한 정치 기획의 일환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대법원의 상식을 넘어선 판결은 사법부가 내란 세력과 한몸으로 엉켜있는 카르텔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장 노골적인 모습으로 드러낸 장면이다. 내란 권력의 연장을 위해 발버둥치는 법비들과 내란 카르텔은 반드시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광주지방변호사회는 지난 6일 “최근 대법원의 이 후보에 대한 파기환송 판결을 접하며 사법부가 스스로 정립해 온 절차적 정의의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라며 “대법원은 충분한 심리 없이 기존 절차를 무시하고 쫓기듯 성급히 결론을 내려 ‘정의는 실현돼야 할 뿐만 아니라 실현되는 것으로 보여야 한다’는 사법의 기본 명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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