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 김대성 전남 서부·중부·전북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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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 김대성 전남 서부·중부·전북 취재부장
2025년 04월 29일(화) 22:00
이팝나무는 우리나라 남부 지역을 비롯해 일본, 대만, 중국 등지에 분포하는 낙엽성 교목으로, 물푸레나무과에 속한다. 학명은 치오난투스 레투사(Chionanthus retusa)로 하얀 눈꽃이라는 뜻이다.

꽃송이가 온 나무를 덮을 정도로 피었을 때 멀리서 보면 그 모양이 사발에 소복이 얹힌 흰 쌀밥처럼 보인다고 해 ‘이밥나무’라고 했다는데 쌀밥을 이르는 ‘이밥’이 ‘이팝’으로 변한 게 아닌가 싶다.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는 또 다른 의견도 있다. 이 꽃이 여름이 들어서는 입하(入夏)에 피기 때문에 입하목(入夏木)이라 불리다가 입하가 연음되면서 ‘이파’, ‘이팝’으로 되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호남 일부 지방에서는 이팝나무를 ‘입하목’ 또는 ‘이암나무’로 부르기도 한다.

이팝나무는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나무로도 알려져 있다. 보통 5~6월께 개화하는데 물이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라, 비의 양이 부족하면 활짝 피지 못한다. 흰 꽃이 많이 피는 해는 풍년이, 꽃이 많이 피지 않는 해는 흉년이 든다고 믿어 왔다.

남부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팝나무가 이젠 전국적으로 흔해지면서 4월과 5월 진풍경을 연출한다. 가로수로 많이 심어지면서 친근해졌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 탓인지 개화 시기도 점차 빨라져 4월 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진정한 봄꽃에 이름을 올렸다.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주목받는 것은 공해와 병충해에 강하고 꽃가루가 날리지 않아 사람들의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오월 영령’의 혼이 살아 숨 쉬는 망월동 가는 길을 비롯해 광주 시가지 곳곳에서 이팝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다. 과거 어린 주검을 위로하고 마을 땅 기운을 비보(裨補) 하기 위해 심었던 나무가 이제는 다른 의미가 되어 우리 곁에 서 있는 것이다.

반면 빛(인기)을 잃어가는 나무도 있다. 동요에 등장할 만큼 가로수로 흔했던 포플러(미루나무)는 이제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열매의 고약한 냄새 때문에 천덕꾸러기가 된 은행나무도 거리에서 퇴출 중이다. 이팝나무의 하얀 꽃에서 가로수의 수종변화는 물론 세상사 흥망성쇠까지 읽을 수 있다.

/김대성 전남 서부·중부·전북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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