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도시, 광주의 미래는… - 장필수 예향40주년기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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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도시, 광주의 미래는… - 장필수 예향40주년기념위원장
2024년 11월 27일(수) 00:00
대자보는 1980년대 대학가 학생운동을 상징하는 벽보다. 백지에 매직으로 쓴 굵직한 시국 현안문은 대학가 여론을 형성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민선 8기 광주시 강기정호가 교통 정책으로 ‘대자보 도시, 광주’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그 시절 전남대에서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강 시장 다운 발상이다. 여기서 대자보란 대중교통·자전거·보행의 약자로 광주시의 교통 정책을 승용차 중심에서 대중교통·자전거·보행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슬로건의 성공 열쇠는 구호의 선명성에 있다는 점에서 대자보 도시 광주는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 ‘골프에서 드라이버 샷은 거리가 아니고 방향이다’라는 말처럼 대자보 도시 광주는 방향성에서도 맞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겠다는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대자보 도시 광주의 얼개를 보면 도심 전역을 30분대로 연결하는 도시철도 2호선에 시내버스 노선을 개편해 촘촘하게 연결하고 자전거 생활권 구축과 보행자 중심의 도로 공간 재편을 위한 인프라를 까는 것이다. 여기에 대중교통 요금 할인정책인 ‘광주 G-패스’를 도입해 정책 활성화를 뒷받침 하겠다는 것이다.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구간이 준공되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방향 맞는 교통 및 청년 정책

광주는 승용차 수송분담률이 50%에 가까울 정도로 자동차 중심 도시다. 제2순환도로를 이용하면 30분이면 어디든지 도달할 수 있다. 자가용이 있으면 그만큼 편하지만 정시성과 신속성이 떨어지는 현재의 대중교통 체제에서 교통 약자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원인이기도 하다. 대자보 도시 광주가 단순히 교통 정책이 아니라 청년 정책이라는 얘기다.

얼마전 광주시의회가 실시한 시민 여론조사 결과는 대자보 도시 광주에 몇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대자보 도시 정책 찬반을 묻는 질문에 56.9%가 찬성을 했지만 절반이 넘는 56.6%는 ‘잘 모른다’고 답해 방향은 맞지만 홍보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광주시의 교통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니 만큼 시민들의 수용성이 성공의 바로미터다. 당장 차도 폭을 좁혀 자전거와 보행 도로 폭을 넓히는 ‘도로 다이어트’가 시작될 텐테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운전자들의 동의가 없다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홍보를 통한 대자보 도시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이동에 불편이 없고 경제적이라면 굳이 자가용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다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 자가용 이용자들의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시민 의식 전환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야금야금 작전’으로 정책 전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대자보 도시 광주의 성공 시험대는 광주시가 실증 모델 1호로 지정한 광천권역 교통 대책이 될 것이다. 광천권역은 더현대와 광주신세계 복합쇼핑몰이 들어서고 재개발까지 겹친 광주의 최대 교통 혼잡 지역이다.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하루 14만 대의 교통량이 29만 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광주시는 이곳에 도시철도 3호선 개념인 광천상무선과 도로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간선급행버스(BRT)를 동시에 도입하고 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도시 전체를 일시에 대자보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터라 광천권역을 시범 모델로 삼아 정책의 효과를 검증하고 시민 공감대를 이끌어 내 점차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광주시의회 여론조사를 보면 시민 64.4%는 복합쇼핑몰이 생길 경우 자가용을 타고 쇼핑할 것으로 조사 돼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시민 공감대 형성이 성공 조건

민선 8기에 이르기까지 광주시의 교통 정책이 이번처럼 획기적인 적이 없었다. 대자보 도시는 비단 광주만이 꿈꾸는 것이 아닐 정도로 모든 도시의 로망과도 같은 정책이다. 성공한 일부 선진국에서도 안착까지 상당한 시간과 시민들의 고통 감수가 따랐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안착할 때까지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시민들의 의식 전환이 전제 된다면 좋겠지만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도 결국 정책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책의 기획 의도도 중요하지만 성공시켜야 하는 책무도 가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의도는 좋았지만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실패한 정책이란 냉정한 평가를 감수해야 한다.

민선 8기 광주시의 대자보 도시는 어떤 결과로 귀결될까.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실패할 일도 없다. 쉽지 않은 항해를 시작한 강기정호에 응원을 보내는 것이 우선이다. 성과를 이뤄낸다면 광주시민들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선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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