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메가시티가 성공하려면- 장필수 예향40주년기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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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권 메가시티가 성공하려면- 장필수 예향40주년기념위원장
2024년 07월 09일(화) 22:30
일본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1995년 발간한 ‘국가의 종말’이란 책에서 “전통적인 민족 국가는 종말하고 비지니스 중심의 지역 국가(regional state)가 등장할 것”이라며 메가시티가 주도하는 세상을 예언했다.

그의 예언대로 21세기 들어 국가가 아닌 도시 간 경쟁의 시대가 열렸다. 지구촌은 현재 인구 1000만 명 규모의 메가시티 33곳이 국가 이름 대신 도시 브랜드를 내걸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와 주변 지역을 묶은 ‘그랑 파리 메트로폴’과 일본 오사카 중심 ‘간사이권’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공약을 내걸면서 메가시티가 쟁점이 됐다. 본격적인 관심은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이 생존 차원에서 추진하면서 트렌드가 되고 있다.

양보와 타협으로 행정 통합까지

메가시티를 주도하는 곳은 대구·경북이다. 대구·경북은 연말까지 특별법을 제정해 2026년 7월 통합 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행정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충청지방정부연합’ 설치를 승인받았고, 부산·울산·경남은 민선 8기 들어 인구 800만 명의 부울경 메가시티를 다시 가동하고 있다.

그에 비해 호남권은 이제 막 메가시티 논의를 시작했다.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전북지사 등 호남권 3개 광역자치단체장은 지난 4일 정읍에서 ‘제12회 호남권 정책협의회’를 갖고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선언문에는 5개 항이 담겨 있는데 핵심은 호남권 3개 자치단체가 경제공동체를 꾸리겠다는 것이다. 즉, 경제동맹의 근간이 되는 기반시설 확대를 위해 고속도로와 철도망 확충, 고속열차 증편 등 초광역 교통망 구축에 협력한다는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2차전지·바이오·모빌리티 등 광주·전남·전북이 경쟁력을 갖춘 미래전략산업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여기에 관광과 농어업 등 비교우위 자원의 실질적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도 약속했다.

호남권 정책협의회가 열린 것은 7년 만이다. 메가시티 경쟁에서 밀리면 지역소멸 위험이 가장 큰 호남권은 회생 불가능하다는 절박감에 3개 시도지사가 인식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인구와 자본의 수도권 집중화로 지역소멸에 대한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970년대 632만 명으로 국내 인구의 20.5%를 차지했던 호남 인구는 현재 495만 명으로 21% 이상 감소하면서 국내 인구 비율이 9.6%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국내 인구가 3083만 명에서 5133만 명으로 66%나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호남의 인구 감소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국내에서 추진중인 메가시티는 국제 도시간 경쟁력 확보보다 수도권에 대응해 살아 남으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몸부림이다. 호남권은 가장 늦게 시작한 만큼 타 지역에 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연착륙을 위해 경제동맹을 들고 나온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실질적인 메가시티가 되려면 행정 통합까지 이뤄야 한다. 대구·경북과 충청권은 이미 행정 통합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데 호남권이 경제공동체를 이루고 행정 통합까지 나아가려면 양보와 타협의 정신이 전제돼야 한다.

지역내 소멸위험지역 배려해야

호남권 3개 광역자치단체는 2004년 처음으로 정책협의회를 가질 정도로 타 지역에 비해 일찍부터 메가시티를 논의했다. 하지만 2017년까지 11번이나 모임을 가졌는데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최근 영남과 충청권에서 치고 나오자 뒤늦게 논의를 시작했다. 광주·전남으로 폭을 좁혀보면 민선 7기 시절인 2020년 11월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합의문’까지 발표했지만 민간·군 공항 이전 갈등 등으로 없던 일이 됐다.

이런 전력으로 볼 때 호남권 메가시티가 성공하려면 3개 시도의 이익과 맞물린 현안을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 광주·전남의 경우 민간·군 공항 이전 문제가 될 것이고, 전남·전북의 경우 서남권 관문 공항을 놓고 새만금과 무안공항의 경쟁이 그것이다. 메가시티와 특별자치도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전북은 이미 특별자치도로 출범했고 전남은 추진중인 상황에서 두 자치단체가 행정 통합을 위한 메가시티에 얼마나 진심일지 의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메가시티가 성사되더라도 호남권 내 소멸 위험이 높은 군 단위 자치단체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10여년 전 마카오에서 만난 카지노의 대부 셸던 애덜슨회장은 “모든 투자의 기준은 투자 대상이 ‘데스티네이션(최종 목적지)’ 인가 아닌가”라고 했다. 사람과 돈은 결국 인프라를 타고 최종 목적지로 가기 때문에 중간에 거치는 곳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호남권 메가시티도 결국은 광주와 전주 등 대도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호남권 메가시티의 진정한 성과를 기대하면서 지금부터 소멸 위험지역에 대한 대안 마련에 고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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