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 없는 심야약국 ‘허탈’…운영 지원금 처방도 ‘허사’
‘한밤의 119’ 공공심야약국 <중> 전남 지역 참여 저조 왜?
정부·지자체 지원금 주지만
운영 시간 대비 수익성은 낮아
연중무휴에 야간 근무로 기피
미운영 지역 주민 수십㎞ 원정도
순천선 운영 한 달여 만에 취소
전남 운영 약국 확대 대책 필요
정부·지자체 지원금 주지만
운영 시간 대비 수익성은 낮아
연중무휴에 야간 근무로 기피
미운영 지역 주민 수십㎞ 원정도
순천선 운영 한 달여 만에 취소
전남 운영 약국 확대 대책 필요
![]() /클립아트코리아 |
고령층이 많은 전남 농어촌 지역에서는 지역민들의 필수 의료 시설로 자리잡은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필요성은 절실하다. 하지만 시급 수당, 심야 운영으로 보는 수익성 등을 감안하면 이익은 전무하다는 게 약사들 얘기다. 사실상 손해보는 장사를 하는 셈인데 누가 나서서 하겠냐는 것이다.
◇전남 11개 시·군은 밤에 문 여는 약국 없어=30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 지역에서는 2021년부터 공공심야약국 제도를 시행했으나, 4년이 지난 현재 운영중인 곳은 총 22개 시·군 중 11곳(약국 점포 수 12곳)에 불과하다.
2021년 순천과 목포에서 전남1호 공공심야약국을 시작해 2022년 1곳(여수), 2023년 4곳(나주·고흥·영암·무안), 2024년 2곳(광양·신안)씩 참가 약국이 늘었다. 올해는 구례에서 2개 약국이 신규 참여하고 보성에서도 1곳이 새로 공공심야약국이 됐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인 11개 시·군에서는 여전히 공공심야약국이 운영되지 않고 있다. 화순, 강진, 해남, 장흥, 진도, 담양, 곡성, 함평, 영광, 완도, 장성 등이다. 이들 지역민들은 밤중에 급하게 약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공공심야약국을 찾아 수십㎞를 달려 타 지역을 들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 지역 보건소에서는 “자원하는 약사가 없어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공공심야약국으로 지정되면 밤 8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범위 중 3시간을 일해야 하는데, 365일 연중 무휴에 야간근무를 해야 하는 등 업무강도가 높아 약사들이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 전남도 등에서 주는 지원금은 한 시간당 4만원 수준으로, 하루 3시간 근무에 12만원이자 한달이면 360만원의 인건비가 나오는 셈이지만 연중무휴 일하는 것에 비하면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다수 군 단위 약국은 약사 혼자 근무하는 1인 약국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심야약국을 운영한다면 아침부터 밤까지 주말도 없이 하루 15~16시간씩 일해야 하며, 명절에도 자리를 비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한 달 정도 심야약국을 운영하다 포기한 순천지역 한 약사는 “연중무휴로 하루종일 일해야하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개인 생활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영암에서만 18년째 약국을 운영 중인 A약사도 “인구가 줄어드는데 약국이라도 더 버티고 있어야하고 지역을 살리겠다는 마음 아니면 힘들다”고 했다. 그는 “늦은 밤 해남, 장흥, 강진에서도 영암 약국을 찾아오는데,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해야지 돈 번다는 생각으로는 할 일이 못된다”고 말했다.
완도에서는 지난 3월부터 군 자체적으로 당번제 심야 약국을 운영 중이다. 약국 8곳이 밤 8시부터 10시까지 돌아가면서 심야약국을 운영하고 하루에 10만원씩 군비로 수당을 지원받는 형태다.
하루 평균 20여명이 찾는 다른 심야약국과 달리 완도에서는 하루 3~4명이 찾는 수준이다. 충분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운영 사실 자체를 모르는 지역민이 영암까지 약을 구입하러 ‘원정’을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편의점 상비약, 응급실 있으면 필요없다고?=일부 자치단체들은 공공심야약국 운영을 하지 않는 논리로 “응급실과 편의점에서 약을 구입할 수 있어 굳이 필요가 없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당장, 강진보건소 관계자는 “강진의료원이 24시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응급을 요하는 상황이면 응급실에 가면 된다”고 했다. “감기약과 두통약 등 상비약은 편의점에서 팔아 공공심야약국 운영 필요성이 떨어진다”고도 설명했다.
화순군과 진도군, 장성군 보건소도 화순전남대병원, 고려병원, 성심병원, 진도 한국병원, 장성병원 등 응급의료기관이 근처에 있어 위급한 상황일 경우 응급실을 이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심야 약국을 이용해 본 지역민들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약은 제한적이고, 고령층이 많은 시골의 경우 구입하려는 약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없어 필요한 약을 찾기도, 사기도 힘들다는 지역민들이 많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은 총 11종으로 해열진통제 3종과 감기약·소화제 4종 등을 판매 중인데, 지사제·화상연고·인공눈물 등 판매하지 않는 품목이 많다.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 등록을 하지 않은 편의점도 있어 상비약 자체를 볼 수 없는 편의점도 적지 않다.
응급실도 통상 주사나 링거 치료비로 10만원이 넘고 약국도 따로 없어 약 처방도 하지 않을 때가 많다.
여수에서 심야약국을 운영중인 약사는 “응급실에 가면 기본적으로 10만원 가량의 치료비가 나오지만, 약국에서는 약사가 주는 지사제, 유산균 등 1만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긴급 상황을 넘길 수 있다”며 “갑자기 알러지가 발생, 편의점에 가서 무슨 약을 어떻게 사느냐. 장염인지 단순 배가 아픈 것인지 어떻게 알고 맞는 약을 고르겠냐”고 했다. 불필요하다는 입장 대신, 어떻게 하면 운영할 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전남 11개 시·군은 밤에 문 여는 약국 없어=30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 지역에서는 2021년부터 공공심야약국 제도를 시행했으나, 4년이 지난 현재 운영중인 곳은 총 22개 시·군 중 11곳(약국 점포 수 12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인 11개 시·군에서는 여전히 공공심야약국이 운영되지 않고 있다. 화순, 강진, 해남, 장흥, 진도, 담양, 곡성, 함평, 영광, 완도, 장성 등이다. 이들 지역민들은 밤중에 급하게 약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공공심야약국을 찾아 수십㎞를 달려 타 지역을 들러야 하는 상황이다.
공공심야약국으로 지정되면 밤 8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범위 중 3시간을 일해야 하는데, 365일 연중 무휴에 야간근무를 해야 하는 등 업무강도가 높아 약사들이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 전남도 등에서 주는 지원금은 한 시간당 4만원 수준으로, 하루 3시간 근무에 12만원이자 한달이면 360만원의 인건비가 나오는 셈이지만 연중무휴 일하는 것에 비하면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다수 군 단위 약국은 약사 혼자 근무하는 1인 약국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심야약국을 운영한다면 아침부터 밤까지 주말도 없이 하루 15~16시간씩 일해야 하며, 명절에도 자리를 비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한 달 정도 심야약국을 운영하다 포기한 순천지역 한 약사는 “연중무휴로 하루종일 일해야하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개인 생활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영암에서만 18년째 약국을 운영 중인 A약사도 “인구가 줄어드는데 약국이라도 더 버티고 있어야하고 지역을 살리겠다는 마음 아니면 힘들다”고 했다. 그는 “늦은 밤 해남, 장흥, 강진에서도 영암 약국을 찾아오는데,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해야지 돈 번다는 생각으로는 할 일이 못된다”고 말했다.
완도에서는 지난 3월부터 군 자체적으로 당번제 심야 약국을 운영 중이다. 약국 8곳이 밤 8시부터 10시까지 돌아가면서 심야약국을 운영하고 하루에 10만원씩 군비로 수당을 지원받는 형태다.
하루 평균 20여명이 찾는 다른 심야약국과 달리 완도에서는 하루 3~4명이 찾는 수준이다. 충분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운영 사실 자체를 모르는 지역민이 영암까지 약을 구입하러 ‘원정’을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편의점 상비약, 응급실 있으면 필요없다고?=일부 자치단체들은 공공심야약국 운영을 하지 않는 논리로 “응급실과 편의점에서 약을 구입할 수 있어 굳이 필요가 없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당장, 강진보건소 관계자는 “강진의료원이 24시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응급을 요하는 상황이면 응급실에 가면 된다”고 했다. “감기약과 두통약 등 상비약은 편의점에서 팔아 공공심야약국 운영 필요성이 떨어진다”고도 설명했다.
화순군과 진도군, 장성군 보건소도 화순전남대병원, 고려병원, 성심병원, 진도 한국병원, 장성병원 등 응급의료기관이 근처에 있어 위급한 상황일 경우 응급실을 이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심야 약국을 이용해 본 지역민들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약은 제한적이고, 고령층이 많은 시골의 경우 구입하려는 약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없어 필요한 약을 찾기도, 사기도 힘들다는 지역민들이 많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은 총 11종으로 해열진통제 3종과 감기약·소화제 4종 등을 판매 중인데, 지사제·화상연고·인공눈물 등 판매하지 않는 품목이 많다.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 등록을 하지 않은 편의점도 있어 상비약 자체를 볼 수 없는 편의점도 적지 않다.
응급실도 통상 주사나 링거 치료비로 10만원이 넘고 약국도 따로 없어 약 처방도 하지 않을 때가 많다.
여수에서 심야약국을 운영중인 약사는 “응급실에 가면 기본적으로 10만원 가량의 치료비가 나오지만, 약국에서는 약사가 주는 지사제, 유산균 등 1만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긴급 상황을 넘길 수 있다”며 “갑자기 알러지가 발생, 편의점에 가서 무슨 약을 어떻게 사느냐. 장염인지 단순 배가 아픈 것인지 어떻게 알고 맞는 약을 고르겠냐”고 했다. 불필요하다는 입장 대신, 어떻게 하면 운영할 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