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개혁을 원한다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정치의 시간, 개혁을 주제로 경쟁해야
개혁 실종된 한국, 견고해진 기득권
개혁 실종된 한국, 견고해진 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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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드디어 우리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합니다.”
1993년 2월 25일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에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 6개월여 만인 8월 12일 금융실명제 실시 관련 담화문을 발표했다. 기득권 세력에 막혀 번번이 좌절됐던 금융실명제를 대통령이 가진 최고의 권한인 긴급명령으로 전격 발표해버렸다. 그는 담화에서 “금융실명제 없이는 건강한 민주주의도, 활력이 넘치는 자본주의도 꽃 피울 수가 없다”며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제도 개혁으로, 금융실명제는 개혁 중의 개혁이요, 우리 시대 개혁의 중추이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재벌을 대표했던 한국경제인연합(전경련)을 비롯해 정치인, 고위 관료 등은 금융실명제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생산성 저하, 주가 폭락, 자본 해외 유출 등의 이유를 열거하며 손사레를 쳤지만 대통령은 신념을 갖고 이를 밀어부쳤다. 대통령의 바른 판단과 정부의 적절한 추진 전략, 개혁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 등의 조화 속에 금융실명제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민정부에 이어 국민의정부를 이끌었던 김대중 대통령은 IMF 구제금융 극복이라는 과제를 떠안고도 건강보험 개혁을 완료했고, 국가 균형발전의 토대를 닦았으며 일부 희생을 감수하며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받아들여 경제 성장의 기틀을 만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수도 이전을 추진했다가 물러서야 했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을 가졌고 야당의 찬성까지 얻어낸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막혀버린 것이다. “서울이 수도라는 것이 불문 헌법에 해당된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헌재의 판단으로 인구·기업·자본의 수도권 집중이 더욱 촉진되면서 지금 지방은 소멸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경기 부양, 경제 성장을 핑계로 부동산 규제를 대거 완화하고 부유층의 세금을 낮췄으며 권력기관을 전면에 내세워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을 억압했다. 수도권과 기득권층을 감싸고 그들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해 부의 편중과 양극화를 부추겼다. 정부 기능과 역할에 있어 공익의 관점은 사라지고 민간기업 시스템의 무분별한 도입으로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 격차와 갈등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퇴행적 통치 행위는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거나 비선을 통해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는 등 불법 행위로 이어졌다.
촛불을 든 국민의 바람과 기대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초기 적폐 청산에 집중하며 검찰에 힘을 실어줬고 이후 검찰 개혁에만 매달리며 혁신 역량을 소모하는 과오를 범했다. 그에 더해 주요 개혁 현안이었던 수도권 과밀·부동산·교육·세제 등을 정치인 출신 비전문가, 시민단체 출신 등에게 맡겨 현장과 괴리된 시책들을 내놓으며 가장 중요한 정부와 국민 간 신뢰를 상실해갔다. 개혁을 표방했지만 그것을 실현할 준비, 전략, 인재, 동력 등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검찰 권력을 기반으로 한 윤석열 정부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인력과 체제, 이념을 흡수해 진용을 짜고 정책을 내놓고 있다. 새로운 것은 없고 해결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방치되었던 문제들은 더 심각하게 전개되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부풀어졌다. 주거비, 교육비의 대책 없는 상승은 젊은층의 결혼·출산 거부로 이어졌고 계속되는 수도권으로의 집중은 지방 소멸을 재촉하고 있다.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계급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최근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장에서 경호실 직원들이 보인 행태는 퇴행을 넘어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1년 10개월만에 첫 개혁 조치라고 할 수 있는 의대 정원 추가 배정에 나섰다. 소득이 줄어들 수 있는 의료인들은 매번 그랬듯 메스를 내던지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어떻게 마무리될 지 지금 당장 전망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정부의 시도에 국민은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단순한 의대 증원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전남권에 국립 의대 설립 등 의료서비스의 균형을 맞추는 진정한 의료 개혁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 국토 균형발전,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부유층 증세, 공교육 강화 등 수십년 간 정치권에서 봉인되어버린 개혁 과제들을 꺼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한다.
정치의 시간이다. 정치인들이 진정 국민이 바라는 개혁을 주제로 경쟁하며 국가와 미래에 기여하는 순간이 오기를 바란다.
1993년 2월 25일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에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 6개월여 만인 8월 12일 금융실명제 실시 관련 담화문을 발표했다. 기득권 세력에 막혀 번번이 좌절됐던 금융실명제를 대통령이 가진 최고의 권한인 긴급명령으로 전격 발표해버렸다. 그는 담화에서 “금융실명제 없이는 건강한 민주주의도, 활력이 넘치는 자본주의도 꽃 피울 수가 없다”며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제도 개혁으로, 금융실명제는 개혁 중의 개혁이요, 우리 시대 개혁의 중추이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경기 부양, 경제 성장을 핑계로 부동산 규제를 대거 완화하고 부유층의 세금을 낮췄으며 권력기관을 전면에 내세워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을 억압했다. 수도권과 기득권층을 감싸고 그들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해 부의 편중과 양극화를 부추겼다. 정부 기능과 역할에 있어 공익의 관점은 사라지고 민간기업 시스템의 무분별한 도입으로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 격차와 갈등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퇴행적 통치 행위는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거나 비선을 통해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는 등 불법 행위로 이어졌다.
촛불을 든 국민의 바람과 기대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초기 적폐 청산에 집중하며 검찰에 힘을 실어줬고 이후 검찰 개혁에만 매달리며 혁신 역량을 소모하는 과오를 범했다. 그에 더해 주요 개혁 현안이었던 수도권 과밀·부동산·교육·세제 등을 정치인 출신 비전문가, 시민단체 출신 등에게 맡겨 현장과 괴리된 시책들을 내놓으며 가장 중요한 정부와 국민 간 신뢰를 상실해갔다. 개혁을 표방했지만 그것을 실현할 준비, 전략, 인재, 동력 등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검찰 권력을 기반으로 한 윤석열 정부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인력과 체제, 이념을 흡수해 진용을 짜고 정책을 내놓고 있다. 새로운 것은 없고 해결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방치되었던 문제들은 더 심각하게 전개되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부풀어졌다. 주거비, 교육비의 대책 없는 상승은 젊은층의 결혼·출산 거부로 이어졌고 계속되는 수도권으로의 집중은 지방 소멸을 재촉하고 있다.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계급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최근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장에서 경호실 직원들이 보인 행태는 퇴행을 넘어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1년 10개월만에 첫 개혁 조치라고 할 수 있는 의대 정원 추가 배정에 나섰다. 소득이 줄어들 수 있는 의료인들은 매번 그랬듯 메스를 내던지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어떻게 마무리될 지 지금 당장 전망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정부의 시도에 국민은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단순한 의대 증원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전남권에 국립 의대 설립 등 의료서비스의 균형을 맞추는 진정한 의료 개혁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 국토 균형발전,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부유층 증세, 공교육 강화 등 수십년 간 정치권에서 봉인되어버린 개혁 과제들을 꺼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한다.
정치의 시간이다. 정치인들이 진정 국민이 바라는 개혁을 주제로 경쟁하며 국가와 미래에 기여하는 순간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