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피아여고 13회, “60년 우정·사제간의 정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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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피아여고 13회, “60년 우정·사제간의 정 이어갑니다”
11일 모교서 낙우송 식수 60주년 기념식 개최
1963년 한덕선 선생님과 낙우송 심고 "20년 후 만나자" 약속
1983년, 2003년 이어 세번째 만남, 후배들 전통 이어 '홈커밍 데이' 개최
2023년 10월 12일(목) 19:40
11일 열린 수피아여고 낙우송 식수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포즈를 취한 13회 졸업생들.
1962년 수피아여고 1학년 C반 종례 시간. 꿈 많은 여고생들 앞에 선 담임 한덕선 교사는 오 헨리의 단편소설 ‘20년 후’를 읽어주며 말했다. “각자가 꿈꾸는 20년 후를 그려보라”고. 그 때 누군가가 20년 후에 우리 만나는 건 어떨까 제안했고, 그 약속을 잊지 말자며 이듬해 가을 선생님과 낙우송을 함께 심었다. 그리고 이들 13회 졸업생은 20년마다 모임을 이어갔다.

낙우송을 심은 지 60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11일 수피아 여고 교정에서 열렸다. 1983년, 2003년에 이어 전국에서 달려온 13회 졸업생 30여명과 후배들이 함께한 의미있는 행사였다.

열 여덟 수줍은 소녀들은 이제 일흔 여덟의 할머니가 됐다. 참가자들은 4년 전 세상을 떠난 담임을 기억하고, 학창 시절을 추억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나즈막한 목소리로 교가를 따라부르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우리 선생님은 페스탈로찌 같은 분이셨어요.”, “우리 삶을 인도해주신 등불이셨어요.”

60년 동안 모임이 지속될 수 있었던 건 선생님의 덕이 컸다. 그는 아이들의 마음 속에 늘 자리하고 있었고, 그의 가르침은 소녀들의 길라잡이가 됐다.

“낙우송은 우리 13회 졸업생의 나무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수피아생 모두의 나무가 되었습니다. 이 나무는 부모님처럼 우리를 챙겨주신 선생님에 대한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 선후배의 만남을 상징하는 것같습니다. 네 번째 모임도 이뤘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요. 행여 그게 이뤄지지 못한다 해도 이제는 후배들이 잘 이어줄 거라 생각합니다.”(이영현 전 광주보건대 교수)

고(故) 한덕선 교사와 수피아여고 1학년 수학여행.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는 “우리가 심은 것은 단순히 한 그루의 낙엽송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을 잇는 나무”라며 “서로가 서로의 꿈이 되고, 미래가 되고, 기도가 되는 마음으로 나무를 심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 행사에 참석한 한덕선 선생의 큰 딸 현희씨는 “아버지가 남기신 글을 보면 제자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아쉽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적혀 있었다”며 “마치 소설 속에나 등장하는 순애보처럼 아버지를 기억하고 20년마다 모임을 갖는 제자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아름다운 전통은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수피아여고는 졸업 후 20년이 되는 해를 맞는 기수가 주최자가 돼 매년 5월 10일 전후로 주말 홈커밍데이를 개최하고 있다. ‘삶에 지치고 외롭고 또 서로가 그리울 때마다 우리의 안식처가 되는 로뎀나무 그늘이어라’고 적힌 낙우송 앞 표지석처럼 60년간 계속된 우정과 사제 간의 정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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