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피아여고 13회, “60년 우정·사제간의 정 이어갑니다”
11일 모교서 낙우송 식수 60주년 기념식 개최
1963년 한덕선 선생님과 낙우송 심고 "20년 후 만나자" 약속
1983년, 2003년 이어 세번째 만남, 후배들 전통 이어 '홈커밍 데이' 개최
1963년 한덕선 선생님과 낙우송 심고 "20년 후 만나자" 약속
1983년, 2003년 이어 세번째 만남, 후배들 전통 이어 '홈커밍 데이' 개최
![]() 11일 열린 수피아여고 낙우송 식수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포즈를 취한 13회 졸업생들.
|
1962년 수피아여고 1학년 C반 종례 시간. 꿈 많은 여고생들 앞에 선 담임 한덕선 교사는 오 헨리의 단편소설 ‘20년 후’를 읽어주며 말했다. “각자가 꿈꾸는 20년 후를 그려보라”고. 그 때 누군가가 20년 후에 우리 만나는 건 어떨까 제안했고, 그 약속을 잊지 말자며 이듬해 가을 선생님과 낙우송을 함께 심었다. 그리고 이들 13회 졸업생은 20년마다 모임을 이어갔다.
낙우송을 심은 지 60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11일 수피아 여고 교정에서 열렸다. 1983년, 2003년에 이어 전국에서 달려온 13회 졸업생 30여명과 후배들이 함께한 의미있는 행사였다.
열 여덟 수줍은 소녀들은 이제 일흔 여덟의 할머니가 됐다. 참가자들은 4년 전 세상을 떠난 담임을 기억하고, 학창 시절을 추억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나즈막한 목소리로 교가를 따라부르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우리 선생님은 페스탈로찌 같은 분이셨어요.”, “우리 삶을 인도해주신 등불이셨어요.”
60년 동안 모임이 지속될 수 있었던 건 선생님의 덕이 컸다. 그는 아이들의 마음 속에 늘 자리하고 있었고, 그의 가르침은 소녀들의 길라잡이가 됐다.
“낙우송은 우리 13회 졸업생의 나무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수피아생 모두의 나무가 되었습니다. 이 나무는 부모님처럼 우리를 챙겨주신 선생님에 대한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 선후배의 만남을 상징하는 것같습니다. 네 번째 모임도 이뤘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요. 행여 그게 이뤄지지 못한다 해도 이제는 후배들이 잘 이어줄 거라 생각합니다.”(이영현 전 광주보건대 교수)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는 “우리가 심은 것은 단순히 한 그루의 낙엽송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을 잇는 나무”라며 “서로가 서로의 꿈이 되고, 미래가 되고, 기도가 되는 마음으로 나무를 심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 행사에 참석한 한덕선 선생의 큰 딸 현희씨는 “아버지가 남기신 글을 보면 제자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아쉽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적혀 있었다”며 “마치 소설 속에나 등장하는 순애보처럼 아버지를 기억하고 20년마다 모임을 갖는 제자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아름다운 전통은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수피아여고는 졸업 후 20년이 되는 해를 맞는 기수가 주최자가 돼 매년 5월 10일 전후로 주말 홈커밍데이를 개최하고 있다. ‘삶에 지치고 외롭고 또 서로가 그리울 때마다 우리의 안식처가 되는 로뎀나무 그늘이어라’고 적힌 낙우송 앞 표지석처럼 60년간 계속된 우정과 사제 간의 정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열 여덟 수줍은 소녀들은 이제 일흔 여덟의 할머니가 됐다. 참가자들은 4년 전 세상을 떠난 담임을 기억하고, 학창 시절을 추억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나즈막한 목소리로 교가를 따라부르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우리 선생님은 페스탈로찌 같은 분이셨어요.”, “우리 삶을 인도해주신 등불이셨어요.”
“낙우송은 우리 13회 졸업생의 나무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수피아생 모두의 나무가 되었습니다. 이 나무는 부모님처럼 우리를 챙겨주신 선생님에 대한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 선후배의 만남을 상징하는 것같습니다. 네 번째 모임도 이뤘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요. 행여 그게 이뤄지지 못한다 해도 이제는 후배들이 잘 이어줄 거라 생각합니다.”(이영현 전 광주보건대 교수)
![]() 고(故) 한덕선 교사와 수피아여고 1학년 수학여행. |
이날 기념 행사에 참석한 한덕선 선생의 큰 딸 현희씨는 “아버지가 남기신 글을 보면 제자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아쉽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적혀 있었다”며 “마치 소설 속에나 등장하는 순애보처럼 아버지를 기억하고 20년마다 모임을 갖는 제자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아름다운 전통은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수피아여고는 졸업 후 20년이 되는 해를 맞는 기수가 주최자가 돼 매년 5월 10일 전후로 주말 홈커밍데이를 개최하고 있다. ‘삶에 지치고 외롭고 또 서로가 그리울 때마다 우리의 안식처가 되는 로뎀나무 그늘이어라’고 적힌 낙우송 앞 표지석처럼 60년간 계속된 우정과 사제 간의 정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