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감독 -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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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감독 -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2023년 09월 15일(금) 00:00
지난 2월 대한축구협회가 한국 대표 팀 감독으로 위르겐 클린스만을 선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우려가 크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독일과 미국 대표 팀 감독 시절에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한국축구 발전에 대한 뚜렷한 지향점이 없고, 재택근무 논란과 전술 부재, 유럽파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국내 유망주 발굴과 육성 소홀 등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우려가 모두 현실화 되고 있다. 클린스만은 6수 끝에 지난 13일 사우디를 상대로 간신히 첫 승을 올렸다. 문제는 평가전을 치르는 과정에 경기 내용이 크게 퇴행했다는 데 있다. 그 원인은 ‘재택근무’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가 감독 부임 이후 6개월이 넘는 동안 한국에 머문 시간은 불과 67일. 취임 때 “국내에 상주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시간을 미국과 유럽에서 지냈다. 전술 부재는 더욱 심각하다. 특히 지난 웨일스와의 경기에서는 ‘쿨링 브레이크’ 시간이 1분 가량 주어졌는데,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멍한 표정으로 서있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또 K리그를 통한 국내 선수 발굴에는 “내 일이 아니다”며 관심조차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황당한 것은 참담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고도 아들을 위해 상대팀 선수의 유니폼을 요청하고, 레전드 매치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상식 밖 행보를 하고 있다.

클린스만은 내년 1월에 열리는 아시안컵 우승을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한국은 1960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적이 없다. 그만큼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더구나 일본은 지금 세계적인 수준의 기량을 과시하며 독일과 튀르키예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는 등 승승장구 하고 있다.

클린스만은 경질론이 확산하자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된다. 나는 잃을 게 없다”고 무책임한 말을 하더니 거센 비난 여론에 결국 해외 체류 일정을 바꿔 귀국했다. 그러나 재택근무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고 무너진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팬심은 이미 싸늘하다.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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