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렐리앵1·2 - 루이 아라공 지음, 이규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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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렐리앵1·2 - 루이 아라공 지음, 이규현 옮김
2023년 07월 07일(금) 07:00
“아, 오렐리앵! 어쨌든 삶에는 고상하고 순수하고 깨끗한 것이 있다고요, 어쨌든! 당신을 믿고 싶어요, 오렐리앵”

1차대전이 끝난 1922년의 파리의 모습은 순수와는 먼 광기 그 자체였다. 사람들은 그동안 경험했던 전쟁이라는 시대적 폭력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퇴폐적 욕망에 휩싸여 있었다. 전쟁의 포화를 경험한 서른둘의 참전군인 오렐리앵도 마찬가지, 그는 1920년대 전후 프랑스를 살아가던 평범한 사람 중 하나처럼 술과 잠자리만 탐닉하며 살아간다. 화려한 미국풍 재즈에, 수놓은 야경에, 성애에 빠져 하루하루를 허투루 낭비한다.

사랑의 불가능과 가능을 상상하는 루이 아라공의 ‘오렐리앵1·2’이 창비에서 국내 초역본으로 출간됐다. 저자는 1936년 프랑스의 4대 문학상인 르노도상을 수상했으며 1957년 국제 레닌 평화상 등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책은 ‘운명적 사랑’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든다. 방탕하게 살아가던 오렐리앵은 어느 날 도시에서 찾아온 여인 베레니스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가벼운 사랑을 지양하는 그녀는 오렐리앵의 고백에 ‘절대에 대한 취향’이라는 오묘한 기준을 들이민다. 변치 않는 사랑을 신념하는 여자와 현재 감정에 최선을 다하는 남자 둘의 연애는 복잡미묘하게 얽히고설킨다.

아라공은 오늘날 가볍게 사랑하는 많은 연인들을 사랑의 진짜 의미로 인도한다. 또 세계대전으로 인해 황폐화된 인간의 내면이 ‘폐허’일 때조차 우리에게 절대적 사랑은 가능할지 꿈꾸게 만든다.

“이제 당신과 나 사이에는 공통된 것이 정말로 전혀 없네요. 나의 소중한 오렐리앵. 이제는 아무것도……” 두 사람의 마음은 공허한 울림을 벗어나 같은 궤도에 오를 수 있을까? <창비·각 1만75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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