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영화 ‘오월’, 미래 세대와의 연결고리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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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영화 ‘오월’, 미래 세대와의 연결고리 되길”
제5회 5·18영화제 대상 수상 방성수 감독
3대 여성 중심 서사…독립운동 조부 기록 본 후 제작 결심
3D 애니메이션·특수효과 활용…5·18기록관에서 상영 중
2025년 05월 11일(일) 19:00
‘오월’로 5·18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방성수 감독.
“5·18은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기억의 다리입니다. 영화 ‘오월’이 다음 세대와의 연결고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20여년 간 3D 콘텐츠 산업에 종사해온 방성수(46) 감독이 최근 첫 연출작 ‘오월’로 제5회 5·18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과거 아버지의 유품 중에서 광복 직전 독립운동에 몸담았던 할아버지의 기록을 발견한 그는 ‘진실은 남아 있는 우리를 통해 후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깊이 느꼈고, 이 경험은 방 감독이 영화를 통해 5·18의 진실 역시 세대를 넘어 왜곡되지 않고 전승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계기가 됐다.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해 영화 감독을 꿈꿨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혔던 그의 바람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콘텐츠 개발 회의에 참석하며 비로소 실현됐다. 5·18을 어렵게 느끼는 젊은 세대에게 폭력적이고 무거운 장면 대신, 치유와 희망을 담은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의견에서 꼬리를 문 고민이 단편영화 ‘오월’의 시작이었다. 이번 작품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의 기록물 영상 제작 일환으로 완성됐으며 현재 기록관 3층에서 감상할 수 있다.

팀 청춘기획 라이브온과 함께 만들어 낸 단편영화 ‘오월’은 1980년 5월의 참상을 다룬다. 오래된 필름카메라와 기자수첩을 손에 든 민서 씨와 딸 은지가 광주를 찾으며 그날의 아픔을 돌아보는 과정을 따라간다. 방 감독은 할머니, 어머니, 손녀로 이어지는 3대 여성 중심의 서사로 5·18 민주화운동의 기억이 어떻게 세대를 넘어 전해지는지 전달하고자 했다.

“1980년 5월 당시 전면에 나서서 싸운 이들은 주로 남성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들의 뒷받침과 희생이 매우 컸죠. 주먹밥을 나르고, 부상자를 치료하고, 헌혈에 참여하는 등 여성들의 참혹한 희생과 저항이 민주화운동 정신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모성과 희생, 연대는 민주화운동의 있어서 보이지 않는 힘이자 주춧돌이었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5회 5·18영화제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방성수 감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방성수 감독 제공>
방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주특기인 3D 애니메이션과 VFX(특수효과)를 적극 활용했다.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의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그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오마주해 정지된 화면과 고조된 표현 방식으로 관객에게 관찰과 상상의 여지를 주고자 했다. 과거와 현재가 몽환적으로 교차하는 화면은 지난 역사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강조했다.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현실에서 1980년 5월 18일로 넘어가는 장면을 촬영하던 당시 사적지인 구 전남도청이 내부 공사로 펜스가 설치돼, 현장에서 다른 장소를 찾아야 했다.

“배우들 퇴근시간인 6시가 가까워지면서 급하게 대안으로 선택한 곳이 바로 시계탑이었죠. 촬영하던 중 5시 18분이 되자 시계탑 종소리가 울렸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왔습니다. 광주에 살고 있지만 그 사실을 몰랐던 터라 원래 영화 장면에는 들어가지 않았을 소리인데 현장음이 그대로 담긴 거에요. 그 순간 모두가 전율을 느꼈습니다.”

우연한 순간이 영화의 메시지를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한 그는 향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조명받지 못한 인물 등 다양한 작품을 기획하며 역사 정신을 전달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그는 “항쟁의 진정성뿐 아니라 그 속에서 빛난 연대의식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글·사진=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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