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노블로 폴 오스터를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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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로 폴 오스터를 추억하다
뉴욕 3부작-폴 오스터 지음 데이비드 마추켈리 등 그림
2025년 05월 09일(금) 00:00
지난해 세상을 떠난 폴 오스터는 한국인이 사랑한 작가 중 한 명이다. ‘달의 궁전’, ‘공중 곡예사’, ‘빵 굽는 타자기’ 등 소설과 에세이를 아우르는 그의 저작들은 많은 인기를 얻었다.

폴 오스터의 1주기를 맞아 대표작인 ‘뉴욕 3부작’이 그래픽 노블로 출간됐다. 탐정 소설의 형식을 차용한 세 편의 연작 소설인 ‘뉴욕 3부작’ 속 주인공은 다른 누군가를 감시하고 뒤쫓으며 사건 해결에 나서지만 점점 미궁에 빠져든다.

이번 그래픽 노블은 ‘같으면서도 다른 작품’으로 읽힌다. 각색을 맡은 폴 카라식의 해석과 데이비드 마추켈리, 로렌초 마토티, 폴 카라식이 각자의 시각으로 그려낸 그림은 생소하면서도 흥미롭다. 첫 번째 소설 ‘유리의 도시’는 지난 1994년 그래픽 노블로 출판된 적이 있으며 이번에 나머지 두 작품이 더해져 ‘완전판’이 나왔다.

그래픽 노블로 출간된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미메시스 제공>
‘배트밴:이어 원’ 등을 작업한 데이비드 마추켈리가 그린 ‘유리의 도시’는 “그 일은 잘못 걸려 온 전화로 시작되었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사설탐정을 주인공으로 하는 일련의 탐정 소설을 쓰는 작가인 퀸은 어느 날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그를 탐정으로 착각한 피터 스틸먼의 아내로부터 받은 의뢰는 피터의 아버지를 감시해 달라는 것. 대학 종교학과 교수였던 그는 아내의 불행한 죽음 뒤 아들을 9년이나 독방에 감금한 후 언어 사용을 금지시키고 학대하는 인물이다.

‘뉴요커’ 등의 표지 작업에 참여한 이탈리아 작가 로렌초 마토티가 그림을 맡은 ‘유령들’은 화이트에게 고용돼 블랙이라는 이름의 남자를 쫓아다니며 지켜보는 일을 맡은 블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블랙만 보며 살아온 블루는 “전에는 한 번도 떠올린 적 없는 생각을 하고, 단순히 타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자기 자신도 바라보는 것만 같다”고 생각한다. 다른 두 편과 달리 텍스트의 분량이 많아 삽화가 그려진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드는 작품으로 짙은 음영과 그로테스크한 그림체가 인상적이다.

폴 카라식이 그림까지 맡은 마지막 소설 ‘잠겨 있는 방’은 가장 가까운 친구가 사라진 뒤 그의 방대한 문학 작품들을 관리하게 된 한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친구의 아내로부터 부탁을 받고 작품 정리를 맡은 주인공은 친구의 작품을 통해 ‘그의 아내’와 연결된다.

그래픽 노블로 출간된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미메시스 제공>
책 말미에는 폴 오스터의 친구이자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소재로 한 만화 ‘쥐’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아트 슈피겔만의 추천사가 실렸다.

미국의 문학평론지 ‘커커스’는 이 작품에 대해 “세 명의 주인공의 광기 어린 스토리와 재능 있는 세 명의 예술가가 만난 엄청난 작품! 마추켈리의 선명하고 자신감 넘치는 대사, 마토티의 화려한 음영, 카라식의 창의적인 그림이 살아 있다”고 평했다.

이 그래픽 노블을 읽고 나면 원작 소설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진다. 소설에서 그래픽 노블로, 다시 소설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한편 폴 오스터의 책을 꾸준히 펴낸 열린책들은 이번에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인 ‘바움가트너’도 함께 출간했다. 주인공은 10년 전 아내를 잃은 후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노교수 사이 비움가트너. 발표된 적이 없던 아내의 글과 집필중인 그의 원고가 엮이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메시스 ·2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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