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국가 - 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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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국가 - 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2023년 06월 07일(수) 00:00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 개혁 중 하나인 ‘근로시간 제도’ 개편 논란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노동시간 유연성을 강조하며 ‘주 69시간 근무제’를 내놓았지만, 젊은 층을 비롯한 노동계 등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지금까지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은 주 단위로 묶인 경직된 52시간제를 풀어 일이 몰릴 때와 쉴 때를 유연하게 운용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은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하는 국가로 꼽힐 정도로 ‘피곤한 국가’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공개한 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나타났다. OECD 36개국 중 네 번째로 많다. OECD 평균은 1716시간이다.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긴 곳은 멕시코(2128시간), 코스타리카(2073시간), 칠레(1916시간) 등 3개국이다. 모두 중남미 국가들이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 연간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이 되려면 주 평균 노동시간을 3.8시간 줄여야 한다. 이런 가운데 영국과 미국 등 세계 여러 국가들은 ‘주 4일 근무제’로의 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일부 기업들도 주 4일 근무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로시간을 늘리겠다는 것은 분명 세계적인 흐름을 따르지 못하는 부분이다. 오죽하면 일부 외국 언론에서는 ‘과로사’(kwarosa)라는 단어까지 소개하며 윤 정부의 ‘주 69시간’에 우려를 표시했다. 최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잇따른 다자 외교 성과를 내세우며 선진국 클럽인 ‘G8’진입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이 과다한 노동시간으로 인한 ‘피곤한 국가’로 외신들에게 조롱거리가 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노동은 삶의 질과 기업의 생산성이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만큼 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았으면 한다.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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