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병어 -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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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병어 -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2023년 05월 31일(수) 00:00
고려나 조선시대 문헌에는 머리가 작고 움츠린 모양을 보고 병어를 축항어(縮項魚)로 불렀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전라도 연안 몇몇 지방의 토산물로 기록돼 있고 ‘난호어목지’에는 서남해, 특히 호서 도리해에서 많이 난다고 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편어(扁魚)로 칭하면서, 처음으로 속명을 병어(甁魚)로 분류했는데 병어의 맛을 더 즐긴 쪽은 동생 정약용이었다.

다산은 ‘여름에 읍청루에서 목 정자 조영 등 제공을 모시고 술을 마시며’라는 시에서 병어를 예찬했다. “물가의 누각에서 눈을 들어 바라보니/ 푸른 물결 띠처럼 도성을 감고 도네/ 저 뱃길로 옛적에는 장요미(좋은 쌀)를 바쳤는데/ 갯과 저자 오늘날 축항어를 사온다오”

오뉴월을 대표하는 생선하면 병어가 첫 손에 꼽힌다. 병어는 평소 깊은 바다에 서식하지만 5~8월 사이 내해나 하구로 들어와 산란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산지는 신안 임자도다. 산란철이면 영양분을 품고 있는 임자도 전장포 해역으로 젓새우가 몰려드는데 젓새우를 잡아먹기 위해 물고기들이 따라온다. 젓새우를 따라 3~4월에는 깡다리(황석어), 5~6월에는 병어, 7~8월에는 민어 순으로 몰린다.

임자도 서쪽 하우리항은 예부터 ‘타리 파시’라는 큰 장이 섰다. 오뉴월이면 살 오른 병어가 해변을 가득 메웠고 뱃사람과 상인들이 몰리면서 일제 강점기에는 치안을 위해 주재소가 있을 정도였다. 오늘날에는 지도읍 송도어판장이 국내 최대 병어 도매산지 역할을 한다. 병어철이면 지도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승객보다 병어 상자가 더 많이 실린다.

하지만 요즘 지도에서 출발하는 버스에선 병어 상자를 구경하기 힘들다고 한다. 제철을 맞았지만 한 마리에 5만 원이나 할 정도로 금값이기 때문이다. 어획량 감소가 원인이라지만 뼈째 썰어 막 된장에 찍어 깻잎에 싸 먹는 병어회를 올해는 맛보기 힘들 것 같아 아쉽다. ‘어식백세’(漁食百歲)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수협이 오는 6일부터 12일까지 광주 매월동 수산물도매시장에서 병어 특판 행사를 한다는 데 구경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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