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상)] 도시 전체가 공원…아픈 역사 간직한 유적지 곳곳에
도시 전체가 공원…아픈 역사 간직한 유적지 곳곳에
19세기 지어진 신고전주의 양식 ‘헬싱키 대성당 ’ 루터복음교 총본산
시민들 휴식처 ‘에스플라나다공원’ 시인 루네베리 등 여러 조각상 눈길
격동의 역사 품은 ‘수오멘린나 요새’ 199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19세기 지어진 신고전주의 양식 ‘헬싱키 대성당 ’ 루터복음교 총본산
시민들 휴식처 ‘에스플라나다공원’ 시인 루네베리 등 여러 조각상 눈길
격동의 역사 품은 ‘수오멘린나 요새’ 199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 헬싱키 중앙역 인근에 자리하고 대성당은 핀란드 국교인 루터복음교 총본산으로 초록색 돔 지붕에 순백의 외관이 인상적이다. |
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 하지만 ‘청정국가’ 핀란드에게도 아픈 역사가 있다. 북유럽의 문화 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외세의 침략으로 ‘바람잘 날 없었던 ’ 시절을 겪었다. 서쪽으로 스웨덴, 동·북쪽으로 러시아, 남쪽으로 에스토니아와 국경을 접한 지리적인 특성으로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발트해의 아가씨’라는 별명을 지닌 헬싱키는 지난 1917년 러시아 혁명을 기점으로 독립을 선언하면서 지금의 핀란드로 탄생했다. 그래서인지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에는 아픈 역사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유적지들이 곳곳에 보존돼 관광객들의 발길을 불러 모은다.
#헬싱키 대성당
헬싱키는 도보로 둘러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도시다. 여행의 구심점은 1914년에 지어진 중앙역과 헬싱키 대성당이다. 그중에서도 핀란드 국교인 루터복음교 총본산인 대성당은 헬싱키의 상징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명소다. 중앙역에서 헬싱키 항구쪽으로 가는 길에 서 있는 건축물로 초록색 돔 지붕에 순백의 외관이 특징이다.
헬싱키 대성당에 가까워지면 가장 먼저 사각형의 원로원 광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광장을 에워싸고 헬싱키 대학과 의회 건물들은 대부분 1800년대 중반에 건립돼 핀란드의 전형적인 건축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헬싱키는 도시 전체가 공원이라고 할 만큼 ‘여백’이 많은 데, 원로원 광장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수십 만개의 화강암이 깔린 광장은 혹한기인 겨울철을 제외하곤 연중 다양한 축제와 이벤트가 펼쳐지는 ‘도심 속 무대’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던 과거를 엿볼 수 있다. 바로 광장 한 가운데 서 있는 알렉산드르 2세 동상이다. 농노제를 폐지해 ‘해방황제’라고도 불렸던 러시아 황제였지만 핀란드인들로 원로원을 구성하게 하는 등 자치권을 보장한 공로를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원로원 광장에서 발길을 돌려 수십 여개의 계단을 오르면 헬싱키의 아이콘인 대성당이 위용을 드러낸다. 19세기에 지어진 신고전주의 양식 거물로 금빛 십자가와 별 모양 무늬로 꾸며진 초록색 돔형 지붕 이외에는 별다른 장식이 없다. 내부 역시 약간의 금으로 장식된 제단 주변을 제외하면 심플하기 그지없다.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내는 건축미는 없지만 경건한 분위기가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건축양식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건물을 배경으로 셔터만 누르면 인생샷을 건질 만큼 아름답다.
#에스플라나다공원
에스플라나다공원은 헬싱키 중앙역과 마켓광장 사이에 자리한 시민들의 휴식처다. 도심지 안에 있는 여느 공원과 달리 제법 수령이 있는 나무들이 우거져 아늑한 느낌을 준다. 공원을 둘러 보면 곳곳에 늘어서 있는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멍’을 때리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특히 공원을 풍요롭게 하는 건 여기 저기 세워져 있는 동상들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 보면 핀란드가 자랑하는 시인 루네베리와 에이노 레이노, 그리고 ‘동화 아저씨’로 유명한 토펠리우스 등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공원에서 나오면 탁 트인 푸른 바다가 기다린다. 인근의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러시아 등에서 헬싱키를 방문하는 선박 회사들의 크루즈가 매일 지나가는 곳이다. 특히 공원과 헬싱키 항구 사이에는 헬싱키의 명물인 ‘마켓광장’이 있다. 생선과 야채, 과일 등 각종 식재료와 수공예 기념품을 파는 노점 등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 도심 속 시장이지만 제법 규모가 큰 데다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감돈다.
#수오멘린나 요새
헬싱키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짧은 일정에서도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수오멘린나 요새다. ‘북유럽의 강화도’로 불리는 이 곳은 격동의 역사를 품고 있는 유적지이자 헬싱키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특히 19세기 건축양식으로 지어져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다.
수오멘린나 요새는 헬싱키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15분 정도 달리면 닿는 가까운 곳에 있다. 페리에서 바라다 보는 요새는 고풍스런 건축양식의 건물들이 듬성 듬성 위치해 마치 19세기의 시절로 되돌아 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세월의 더께가 묻은 분홍색 외관의 ‘제티 버락’(Jetty Barracks)은 군인들의 막사로 사용된 건물이다. 현재는 레스토랑, 우체국, 갤러리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곳이다.
수오멘린나 요새는 1948년 핀란드를 점령했던 스웨덴 왕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건설한 군사시설이다. 작은 섬 4개가 연결된 요새에는 막사와 성벽, 무기 등 전쟁과 관련한 다양한 군사시설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당시 해군기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선착장에서 내려 요새 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요새와 연안 방위에 관련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는 에렌스바트 박물관, 잠수함과 해상무기를 소장하고 있는 암펠트 박물관 등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오래된 성벽과 녹슨 대포들은 전쟁으로 인한 당시의 참담함을 떠올리게 한다.
요새 건설은 스웨덴 제독이었던 오귀스탱 에렌스베르트(Augustin Ehrensvard, 1710~1772)의 주도로 진행됐다. 당시 스웨덴 최고의 공학자 등 전문가와 핀란드의 정규군을 건설요원으로 끌어 들여 이 곳을 거점으로 러시아의 야망에 맞서 스웨덴을 지키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요새는 1808~1809년 스웨덴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러시아에 점령당한 후 110년 동안 러시아의 요새가 됐다. 1917년 핀란드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수오멘린나 요새는 핀란드로 넘어갔고, 1918년 부터 핀란드어인 ‘수오멘리나’(핀란드의 요새)로 불리게 됐다. 크림전쟁이 일어났던 1855년, 프랑스 해군의 포격으로 파손된 후 재건을 거쳐 현재는 성벽 6km와 190채의 건물이 보존돼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요새를 거닐다 보면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들은 유서 깊은 성벽이나 박물관, 잔디밭에서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벤치에 앉아 바다 건너 헬싱키 시내를 바라 보며 망중한을 즐기기도 한다. 전쟁이 사라진 요새는 고요하고 한적한 힐링지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헬싱키 시내로 돌아 오는 길, 페리의 간판 위에선 견학을 마친 어린이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헬싱키=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 헬싱키 시민들의 도심 속 쉼터인 에스플라나다 공원 |
헬싱키는 도보로 둘러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도시다. 여행의 구심점은 1914년에 지어진 중앙역과 헬싱키 대성당이다. 그중에서도 핀란드 국교인 루터복음교 총본산인 대성당은 헬싱키의 상징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명소다. 중앙역에서 헬싱키 항구쪽으로 가는 길에 서 있는 건축물로 초록색 돔 지붕에 순백의 외관이 특징이다.
헬싱키는 도시 전체가 공원이라고 할 만큼 ‘여백’이 많은 데, 원로원 광장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수십 만개의 화강암이 깔린 광장은 혹한기인 겨울철을 제외하곤 연중 다양한 축제와 이벤트가 펼쳐지는 ‘도심 속 무대’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던 과거를 엿볼 수 있다. 바로 광장 한 가운데 서 있는 알렉산드르 2세 동상이다. 농노제를 폐지해 ‘해방황제’라고도 불렸던 러시아 황제였지만 핀란드인들로 원로원을 구성하게 하는 등 자치권을 보장한 공로를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원로원 광장에서 발길을 돌려 수십 여개의 계단을 오르면 헬싱키의 아이콘인 대성당이 위용을 드러낸다. 19세기에 지어진 신고전주의 양식 거물로 금빛 십자가와 별 모양 무늬로 꾸며진 초록색 돔형 지붕 이외에는 별다른 장식이 없다. 내부 역시 약간의 금으로 장식된 제단 주변을 제외하면 심플하기 그지없다.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내는 건축미는 없지만 경건한 분위기가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건축양식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건물을 배경으로 셔터만 누르면 인생샷을 건질 만큼 아름답다.
![]() 고풍스런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수오멘린나 요새의 제티버락(Jetty Barracks). |
에스플라나다공원은 헬싱키 중앙역과 마켓광장 사이에 자리한 시민들의 휴식처다. 도심지 안에 있는 여느 공원과 달리 제법 수령이 있는 나무들이 우거져 아늑한 느낌을 준다. 공원을 둘러 보면 곳곳에 늘어서 있는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멍’을 때리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특히 공원을 풍요롭게 하는 건 여기 저기 세워져 있는 동상들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 보면 핀란드가 자랑하는 시인 루네베리와 에이노 레이노, 그리고 ‘동화 아저씨’로 유명한 토펠리우스 등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공원에서 나오면 탁 트인 푸른 바다가 기다린다. 인근의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러시아 등에서 헬싱키를 방문하는 선박 회사들의 크루즈가 매일 지나가는 곳이다. 특히 공원과 헬싱키 항구 사이에는 헬싱키의 명물인 ‘마켓광장’이 있다. 생선과 야채, 과일 등 각종 식재료와 수공예 기념품을 파는 노점 등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 도심 속 시장이지만 제법 규모가 큰 데다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감돈다.
![]() ‘북유럽의 강화도’로 불리는 수오멘린나 요새는 격동의 역사를 품고 있는 유적지로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다. 사진=위키디피아 |
헬싱키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짧은 일정에서도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수오멘린나 요새다. ‘북유럽의 강화도’로 불리는 이 곳은 격동의 역사를 품고 있는 유적지이자 헬싱키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특히 19세기 건축양식으로 지어져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다.
수오멘린나 요새는 헬싱키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15분 정도 달리면 닿는 가까운 곳에 있다. 페리에서 바라다 보는 요새는 고풍스런 건축양식의 건물들이 듬성 듬성 위치해 마치 19세기의 시절로 되돌아 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세월의 더께가 묻은 분홍색 외관의 ‘제티 버락’(Jetty Barracks)은 군인들의 막사로 사용된 건물이다. 현재는 레스토랑, 우체국, 갤러리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곳이다.
수오멘린나 요새는 1948년 핀란드를 점령했던 스웨덴 왕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건설한 군사시설이다. 작은 섬 4개가 연결된 요새에는 막사와 성벽, 무기 등 전쟁과 관련한 다양한 군사시설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당시 해군기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선착장에서 내려 요새 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요새와 연안 방위에 관련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는 에렌스바트 박물관, 잠수함과 해상무기를 소장하고 있는 암펠트 박물관 등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오래된 성벽과 녹슨 대포들은 전쟁으로 인한 당시의 참담함을 떠올리게 한다.
요새 건설은 스웨덴 제독이었던 오귀스탱 에렌스베르트(Augustin Ehrensvard, 1710~1772)의 주도로 진행됐다. 당시 스웨덴 최고의 공학자 등 전문가와 핀란드의 정규군을 건설요원으로 끌어 들여 이 곳을 거점으로 러시아의 야망에 맞서 스웨덴을 지키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요새는 1808~1809년 스웨덴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러시아에 점령당한 후 110년 동안 러시아의 요새가 됐다. 1917년 핀란드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수오멘린나 요새는 핀란드로 넘어갔고, 1918년 부터 핀란드어인 ‘수오멘리나’(핀란드의 요새)로 불리게 됐다. 크림전쟁이 일어났던 1855년, 프랑스 해군의 포격으로 파손된 후 재건을 거쳐 현재는 성벽 6km와 190채의 건물이 보존돼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요새를 거닐다 보면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들은 유서 깊은 성벽이나 박물관, 잔디밭에서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벤치에 앉아 바다 건너 헬싱키 시내를 바라 보며 망중한을 즐기기도 한다. 전쟁이 사라진 요새는 고요하고 한적한 힐링지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헬싱키 시내로 돌아 오는 길, 페리의 간판 위에선 견학을 마친 어린이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헬싱키=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