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섬 9만여개 호수 따라 문화예술이 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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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 섬 9만여개 호수 따라 문화예술이 흐르다
스웨덴 스톡홀름
13세기 중반 조성된 감라스탄
‘90㎝ 골목’부터 스톡홀름 왕궁
스토르토리에트 광장 만날 수 있어
‘왕의 섬’ 쿵스홀멘에 자리한 시청사
106m 탑·고딕풍 창문 독특한 외관
1800만개 모자이크 ‘황금의 방’ 인기
2023년 02월 05일(일) 19:25
스톡홀름 여행 시발지이자 제1랜드마크로 불리는 시청사 전경. 우리에겐 매년 12월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진=위키커먼스>
‘요람에서 무덤까지’

14개의 섬과 9만 여개의 호수를 거느리고 있는 스웨덴은 북유럽을 대표하는 복지 강국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 은막의 스타 잉그리드 버그만, 뮤지컬 맘마미아의 ‘아바’, 그리고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 저), ‘말괄량이 삐삐’(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나라로 더 친숙한 곳이다. 14개의 섬이 57개의 다리로 연결된 스톡홀름은 시청사가 자리하고 있는 쿵스홀멘을 시작으로 물이 흐르는 동선을 따라 섬을 둘러 보면 좋다.



#관광1번지, 감라스탄

올드타운을 뜻하는 감라스탄(Gamla stan, 스웨덴어)은 수도 스톡홀름을 상징하는 관광 명소다. 13세기 중반 조성된 감라스탄에 들어서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 년 전으로 되돌아간듯한 착각에 빠진다. 오래된 건물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들이 이어져 있는 데다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집과 상점, 갤러리, 식당은 다른 북유럽의 도시에서 접하기 힘든 감흥을 선사한다. 세월의 두께를 짐작케 하는 닳고 닳은 자갈 바닥을 거닐다 보면 중세도시에 와 있는 듯한 색다른 즐거움에 빠진다. 특히 이곳에서는 스톡홀름에서 가장 좁은 길로 불리는, 일명 ‘90cm 골목’을 만날 수 있다.

감라스탄의 북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또 하나의 명소인 스톡홀름 왕궁(Stockholm Palace)이 나온다. 60여 년의 오랜 공사 끝에 1754년에 지어진 3층 높이의 건물로 파리의 베르사이유 궁전이나 런던의 버킹검 궁전과 다른 소박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북유럽 특유의 실용성과 서민적인 기질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스톡홀름 왕궁에서 관광객들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은 ‘보물의 방’이다. 600여 개의 방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곳으로 왕실의 보석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고 있다. 특히 700개의 보석으로 꾸며진 에리크 14세의 화려한 왕관이 볼만 하다.

감라스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바로 스토르토리에트(Stortorget)광장이다. 마치 동화 속의 집을 떠올리게 하는 형형색색의 고풍스런 건물들은 스톡홀름의 기념품에 등장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준다. 또한 매년 수십 여 만명의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는 이곳에는 증권거래소와 1480년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대성당, 노벨박물관, 국립미술관 등이 광장을 중심으로 늘어서 있다. 지난 2001년 노벨상 제정 100주년을 기념해 문을 연 노벨박물관에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의 자료 뿐만 아니라 지난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대통령에 관한 기록도 전시돼 있다.

스톡홀름의 바사스탄덴 지역에 자리하고 옵셀베이토리 얼룬덴(Observatorielunden)공원. 인근에 시립도서관(오른쪽 주황색 건물)이 위치해 시민들의 도심 속 쉼터로 인기가 많다.


#여행의 시발지, 스톡홀름 시청사

스톡홀름의 옛 건물들을 보면 북유럽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설계가 눈에 띈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건물 대부분이 단단한 벽돌로 지어진 데다 창문 크기를 최소화한 게 그 예다. 이들 가운데 붉은 벽돌로 지어진 시청사는 유독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왕의 섬’으로 불리는 쿵스홀멘에 자리한 시청사는 스톡홀름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공공 건물이라기 보다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궁전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리에겐 매년 12월 노벨상 시상식과 만찬 파티가 열리는 곳으로 친숙하다.

1912년 건축가 라그나르 오스트베리의 설계로 12년 만인 1923년 완성된 시청사는 106m 높이의 탑, 800만 개의 붉은 벽돌, 고딕풍 창문의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106m 높이의 탑에 올라 서면 멜라렌 호수와 어우러진 스톡홀름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시청사의 하이라이트는 황금의 방(Golden Hall). 1800만 개의 금박 모자이크로 장식된 (황금의 방) 등 시청사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은 관광객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



#스톡홀름의 보석, 현대미술관

스톡홀름의 셉스홀멘(Skeppsholmen)섬에 자리한 현대미술관은 ‘북유럽의 오르세’로 통하는 글로벌 미술관이다. 세계 미술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한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로버트 라우센버그, 앤디 워홀, 도날드 주드 등 19~20세기 근현대미술 작품 13만 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원래 이 지역은 감라스탄의 동쪽에 있는 곳으로, 1958년 스웨덴 정부는 옛 해군 병기창 건물 인근의 체육관을 리모델링한 후 1998년 인근에 현대미술관을 건립했다.

총 부지면적은 약 1만 8000㎡. 입구와 전시실을 1층에 배치하고 나머지 시설은 모두 지하로 설계해 화려한 건축미는 기대할 수 없지만 소장품 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섬에 자리하고 있지만 번화가인 감라스탄과 멀지 않고 다리로 연결돼 교통 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도보로 둘러 볼 수 있다. 특히 미술관 입구에 조성된 야외조각공원에는 파블로 피카소, 니키드 생팔, 알렉산더 칼더 등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 14점을 만날 수 있다.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인 감라스탄 광장. 알록달록한 건물의 노천카페에서 시민들이 ‘피카’를 즐기고 있다.


#전설의 팝그룹 ‘아바를 만나다’

‘리버풀에 비틀스가 있다면 스톡홀름에는 아바(ABBA)가 있다’.

스톡홀름의 유르고르덴 지역에는 지난 2013년 문을 연 ‘아바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리버풀의 ‘비틀스 박물관’을 벤치마킹해 스웨덴의 전설적 남녀 혼성 4인조 그룹 아바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했다. 1970년대 초반 부터 활동을 시작한 후 1982년 해체한 아바는 4억 여 장에 가까운 앨범 판매그룹을 기록한 세계적인 그룹이다.

아바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그들의 심볼인 ‘공연 전등’이 시선을 잡아 끈다. 박물관은 주제와 상황에 따라 크고 작은 33개의 전시공간을 설치해 밴드의 역사와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화려한 금속조각으로 장식한 무대 의상과 골드레코드 같은 주요 전시품 외에 이들이 음반을 녹음하던 스튜디오와 분장실도 그대로 재현돼 있다. 무엇보다 관람객들과의 인터렉티브(interactive) 콘셉트를 표방해 흥미를 더한다.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인 감라스탄 광장. 알록달록한 건물의 노천카페에서 시민들이 ‘피카’를 즐기고 있다.


#‘차 한잔의 여유’, 피카(fika)

스톡홀름의 매력은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다. 다름 아닌 피카(fika)다. 스웨덴어로 커피를 뜻하는 카페(Kaffe)에서 유래된 피카는 단어를 거꾸로 읽는 게 유행이었던 19세기에 카페를 거꾸로 부르게 된 게 시초라고 한다. 스웨덴의 커피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일 만큼 수시로 커피를 즐긴다. 스웨덴 사람에게 피카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뜻하는 게 아니다. 친구를 만날 때는 물론이고 데이트나 직장생활, 학교 모임에서도 늘 빠지지 않는다. 지친 일상에서 잠시 커피를 마시며 서로를 위로하는 ‘차 한잔의 여유’, 그들만의 ‘소확행’이다.

/스톡홀름=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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