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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대항해 시대’-송기동 예향부장
2022년 11월 29일(화) 01:00
“하룻밤 사이에 세상이 달라졌다. 10월 4일은 전후 시대의 깊은 밤이었다. 2차 대전의 갈등이 물러가고 지구의 평화가 찾아올 거라는 순진한 희망은 사라졌다. 10월 5일 아침은 본격적인 우주 시대를 알리는 새벽이었다. 이로써 인간이 중력의 사슬을 끊고 지구 대기 밖으로 날아가는 전투적인 우주경쟁의 막이 올랐다.”

마고 리 셰털 리는 저서 ‘히든 피겨스’(동아엠앤비)에서 ‘1957년 10월 4일 밤’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소비에트 연방이 ‘스푸트니크 1호’라는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처음 쏘아 올린 날이다. 소련보다 기술적으로 우위에 서있다고 생각했던 미국인들은 98분 만에 한 번씩 지구를 돌며 밤하늘을 가로질러 가는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에 큰 충격을 받았다. ‘스푸트니크 쇼크’이다.

이에 미국은 1958년 7월 항공우주국(NASA)을 창설한 후 국가적인 역량을 총집결시켰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히든 피겨스’는 당시의 치열했던 우주개발 경쟁에서 가려진 존재를 부각시킨다. 컴퓨터를 대신해 궤도 등을 손으로 계산했던 흑인 여성 수학자들이다. 1962년 2월 ‘프렌드십 7호’를 타고 미국인 최초로 지구 궤도를 돈 존 글렌은 로켓 발사 전 “그분이 숫자가 맞는다고 하면 출발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IBM 컴퓨터보다 케서린 G. 존슨의 계산을 신뢰했다.

어제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이 발표됐다. 우주 개발을 전담할 ‘우주항공청’이 신설되고 광복 100주년을 맞는 2045년에는 우리 힘으로 화성 탐사를 하겠다는 청사진이다. 1960~70년대의 우주 개발이 미·소 경쟁에 치우쳤다면 현재 우주 선진국들은 희귀 자원 확보를 염두에 둔 소행성 탐사 등 실리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뒤늦게 우주 개발에 뛰어든 한국 또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익을 우선시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신항로 개척과 신세계 탐사에 나섰던 ‘대항해(大航海) 시대’를 우주 공간에서 열어야 한다.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역저 ‘코스모스’에서 묘사한 것처럼, 우리는 이제 코스모스라는 거대한 바닷가에서 ‘여전히 발목을 담그고 발가락을 적시는 수준의 미약한 출발’을 하고 있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