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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성인문해학습자 백일장 대회 우수상 이경심 할머니 “남편에 대한 그리움, 문해교실 다니며 안정 찾아”
일흔 넘어 시작한 공부 매일 새로워…중학교 졸업장 목표
2022년 08월 02일(화) 23:00
“사랑하는 아들아. 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 따라 하늘나라로 가려 했던 어머니를 용서해다오. 아버지 만나 행복했던 그 세월 때문이었을까. (중략) 아들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문해교실을 알아보고 친구들도 사귀고 공부도 하면서 아버지를 잊고 새로운 용기를 갖게 해주려고 했던 아들의 깊은 뜻을 이제 알 것 같아. 아들 덕분에 읽기는 더듬거리지만 쓸 수가 없었던 엄마가 2년이 되니 이렇게 편지도 쓰네. 사랑한다 아들아. 2022년 5월 18일 엄마가.”

이경심(72·사진) 할머니는 ‘아들아 용서해줘’라는 글로 제18회 전국 성인문해학습자 백일장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맞춤법이나 문맥이 어긋난 곳도 종종 눈에 띄지만, 글에는 아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이 오롯이 담겼다.

2년 전만 하더라도 글을 제대로 쓰지도, 읽지도 못했던 이 할머니는 지난 2021년 송정도서관 성인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우면서 편지를 쓸 수 있을 만한 실력을 갖추게 됐다.

이 할머니는 모두 아들 덕분이라고 했다.

“남편이 지난 2020년 세상을 떠나고 우울증에 걸렸어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죠. 그런데 아들부부가 이곳(송정도서관 성인문해교실)에 데려다줬어요. 동년배 친구들과 만나 공부를 하는 게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그러한 고마움과 미안함 마음을 담아 글을 썼는데 이런 영광까지 누리게 됐습니다.”

강진 시골마을에서 8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이 할머니는 네 명의 동생 뒷바라지에 학교 문턱을 넘어 본 적이 없다. 15살 무렵 동네 야학에 잠깐 나간 적이 있지만, 피곤함에 졸기만 했을 뿐 지속되지 못했다.

19살 무렵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부터는 아내이자 엄마로 최선을 다했다. 그러다 인생의 전부였던 남편과 사별하면서 심각한 우울감에 시달렸던 이 할머니에게 송정도서관 성인문해교실은 한 줄기 빛과 같았다.

“문해교실을 다니면서 잡념이 사라졌어요. 남편에 대한 그리움도 사그라들었죠. 아들 딸이 혼자 사는 엄마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 곳에 다니면서 행복해하는 걸 보곤 시름을 던 것 같더라고요.”

일흔이 넘어 시작하게된 공부는 매일 매일 새롭다. 이 할머니는 눈과 귀가 새롭게 트인 것 같다며 마치 새 삶은 사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지난해 초등학력인정 성인교육 1단계를 시작해 올해 2단계를 학습 중인 이 할머니는 3단계까지 수료하면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된다.

“처음 시작할 땐 졸업장을 목표로 하진 않았지만 3단계까지 끝내서 받아보려 합니다. 실력이 모자라지만 이왕 시작한 거 중학교 졸업장도 한 번 받아볼까 합니다.”

이 할머니는 “내 마음 같아서는 매일 수업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저처럼 문해교실을 통해 인생의 행복감을 느끼는 노인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라며 웃었다.

/글·사진=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