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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침의 해소
2021년 09월 02일(목) 02:00
사서삼경(四書三經)은 누구나 한 번쯤 읽어야 할 동양의 고전이다. 사서(四書)는 대학·논어·맹자·중용이요 삼경(三經)은 시경·서경·역경(주역)을 말한다. 이 중 가장 읽기 힘든 게 서경(書經)이라고들 하는데, 워낙 방대한 내용인 데다 해독하기 어려울 정도로 보존 상태도 엉망이기 때문이다.

서경은 중국 고대 정치 문서를 편집한 책으로, 공자가 첫머리를 지었거나 엮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필자마저 불명확하다. 하지만 중국 고대 요순시대부터 하나라·은나라·주나라까지 역성혁명, 덕치, 애민사상, 신상필벌, 민본주의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시대 왕가나 양반 가문 등에서 필독서로 꼽혔다. 특히 서경은 정치 이념을 논하거나 왕에게 특별히 의견을 제시하는 상소문에 단골로 인용됐으며 상당수 사자성어나 잠언도 여기서 나왔다.

조선시대 왕 가운데 서경을 특히 중시했던 이는 영조인데 그의 탕평책(蕩平策) 역시 서경에 나오는 “편이 없고 당이 없이 왕도는 탕탕하며, 당이 없고 편이 없이 왕도는 평평하다”란 구절에서 비롯됐다. 정조 또한 영조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자신의 거실을 ‘탕탕평평실’로 이름 지었으며 ‘탕탕평평평평탕탕’을 인장에 새겨 자신이 소장한 책에 찍기도 했다. ‘탕평’은 인재를 고루 등용하는 것은 물론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이 공평하게 매사에 임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화합 정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민 대통합’, 문재인 대통령의 ‘협치 내각’ 시도 역시 탕평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다만 이는 진정성의 결여나 상대방의 거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성공하지 못했고 이는 과도한 치우침의 결과를 낳았다. 보수·진보 모두 극단적으로 상대방을 힐난하는 가운데 치우친 인사 정책을 반복한 것이다.

이렇게 되니 선거에서 무조건 이겨야 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인구가 몰려 있는 수도권에 과도한 국가 재정을 투입하면서 국토는 완전히 균형을 잃어 버렸다. 따라서 내년 대선에 나설 후보들은 수십 년간 계속되어 온 이러한 치우침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