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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동 문화2부장·편집국 부국장] 코로나 시대, ‘뉴 노멀’ 설 풍속도
2021년 02월 11일(목) 10:00
“보고 싶더라도 이번 설 명절만큼은 멈춰 주세요!” “코로나 극복 원년, 회복되기를, 행복하기를, 힘내기를,” 요즘 광주 시내 곳곳에서 눈에 띄는 현수막 문구이다. 광고 카피처럼 많은 공을 들인 것 같다. 대부분 설 명절에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다. 지난해 추석에는 가요 제목을 패러디한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문구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발생한 지 만 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맞는 설 명절은 그동안 당연시 해 온 ‘귀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지난 추석 때 이미 겪은바 있지만 코로나 속 명절 쇠기가 곤혹스러운 것은 변함이 없다.



막막한 앞길 헤치며 새 길로

정부는 설 명절 연휴 기간(11~14일)동안 직계 가족을 포함한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또한 명절 때마다 면제했던 고속도로 통행료를 정상적으로 부과하고, 추모 공원과 봉안 시설도 폐쇄한다. 아직 3차 유행이 진행 중이어서 언제든 전국적인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며칠 전 서울에 거주하는 한 시민이 설 명절에 앞서 고향을 방문했다가 친척 한 명을 감염시켰고, 그 친척이 다시 여러 마을 주민을 감염시킨 사례가 있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마다 ‘설 명절은 집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최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번 설에 1박 이상 고향 방문이나 여행 계획이 있나?’라고 물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6%는 ‘1박 이상 집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12%는 ‘고향 방문만’, 1%는 ‘여행만’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반면 정부의 직계가족을 포함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귀성을 하는 편법을 쓰겠다는 이들도 있다. 일명 ‘쪼개기 귀성’ ‘릴레이 귀성’이다. 가족들끼리 귀성 날짜를 조율해 나흘간의 명절 연휴 기간 동안 돌아가며 하루에 한 식구씩 모이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가족 중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올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에도 고향을 찾지 못하면서 바뀌는 명절 신(新)풍속도가 눈길을 끈다. 온라인 화상 세배나 차례·성묘, 모바일 세뱃돈, 간편 제수 음식 마련, 온라인몰 선물 발송 등이다. 디지털 문화와 택배 문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등장한 이런 방식이 2021년 설 명절의 ‘뉴 노멀’(New Normal)인 셈이다.



‘이번 명절은 집에서’ 캠페인

“이 날은 우리 조선의 다수 동포가 ‘왜설’이라고 설 명절인 체도 아니 하는 날이다. 법률의 힘과 관습의 힘의 조흔(좋은) 대조다.” (동아일보 1924년 1월 1일) 양력이 도입된 지 125년이 됐지만 설은 달을 기준으로 삼는 음력 정월 초하루를 쇤다. 일제강점기에 신정(新正·양력 1월 1일) 쇠기를 강요당했지만 조선인들은 신정을 ‘왜설’ 또는 ‘개설’이라며 비하했고, 몰래 구정(舊正)을 쇠었다. 신정을 앞세운 이런 정책은 해방 이후에도 이어졌다. 그러나 1990년부터 구정을 공휴일로 정해 제대로 쇨 수 있었다.

‘뉴 노멀’ 설 풍속도는 기존의 관습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있는 우리는 설 명절을 보내는 방식 또한 이전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처신해야 한다. 정해진 해답은 없다. 경직된 사고, 뼛속까지 밴 관습과 결별해야 한다. 막막한 앞길을 헤쳐 나가면서 새 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 주체는 ‘나’이고 ‘우리’다. 정신과 의사인 문요한 작가는 지난 1월 월간 ‘예향’과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이겨 내기 위한 방법으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심리적 유연성’을 강조했다.

“… 중요한 것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관찰하고,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주력하고, 잘 안되면 궤도나 방법을 수정해서 재시도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즉흥적인 문제 해결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를 한마디로 ‘심리적 유연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보다 유연해져야 합니다.”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