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 낙엽 : 마스크 한장에…무감각해진 계절 변화
![]() 존 에버렛 밀레이 작 ‘낙엽’ |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 암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이효석 작, ‘낙엽을 태우면서’ 중>
가을이 깊어지면서 가로수 나뭇잎들이 바람과 함께 흩날린다. 가을날 잎들이 바람에 쓸리듯이 내 마음도 정처 없이 나부낀다. 이런 계절이면 학창시절 읽었던 교과서 속 시와 수필에서 떠오른 몇 구절로 문학소녀같은 감성에 젖어본다.
“음영과 윤택과 색채가 빈곤해지고 초록이 전혀 그 자취를 감추어 버린, 꿈을 잃은 허전한 뜰 한복판에 서서, 꿈의 껍질인 낙엽을 태우면서 상념에 잠겼던” 소설가처럼 낙엽을 모아 태우면서 연기처럼 지난날을 날려 보내고 싶은 것일까.
올 한해는 단지 마스크 한 장 걸쳤을 뿐인데 후각만이 아니라 모든 감각을 잃어버린 것 같다. 아니다, 바이러스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살얼음 걷듯 조심조심 살아내야 했기 때문에 계절이 오가면서 주는 아름다움도 애써 외면했을 것이다. 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이 비로소 센치멘탈한 감각을 일깨워주기 전까지는.
영국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1829~1896)의 ‘낙엽’(1855~1856년 작)은 대학시절 교정의 느티나무 한 그루가 떨어뜨린 수북히 쌓인 낙엽을 친구들과 가득 모아 눈처럼 뿌리면서 즐거워했던 추억이 생각나게 하는 시적인 작품이다. 생명이 끝난 낙엽, 저 멀리 노을, 어렴풋한 풍경 속의 교회와 연기를 젊은 소녀들과 한 화면에 배치한 역설을 통해 아름다움의 무상함을 더욱 실감하게 한다.
라파엘전파 창립 멤버인 말레이는 라파엘로 이후의 대가 양식의 모방을 탈피하여 진실하고 꾸밈없는 자연묘사를 지향했고, 특히 문학적 주제의 작품을 많이 남겼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관·미술사박사>
“음영과 윤택과 색채가 빈곤해지고 초록이 전혀 그 자취를 감추어 버린, 꿈을 잃은 허전한 뜰 한복판에 서서, 꿈의 껍질인 낙엽을 태우면서 상념에 잠겼던” 소설가처럼 낙엽을 모아 태우면서 연기처럼 지난날을 날려 보내고 싶은 것일까.
올 한해는 단지 마스크 한 장 걸쳤을 뿐인데 후각만이 아니라 모든 감각을 잃어버린 것 같다. 아니다, 바이러스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살얼음 걷듯 조심조심 살아내야 했기 때문에 계절이 오가면서 주는 아름다움도 애써 외면했을 것이다. 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이 비로소 센치멘탈한 감각을 일깨워주기 전까지는.
라파엘전파 창립 멤버인 말레이는 라파엘로 이후의 대가 양식의 모방을 탈피하여 진실하고 꾸밈없는 자연묘사를 지향했고, 특히 문학적 주제의 작품을 많이 남겼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