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이낙연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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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이낙연 리더십
2020년 08월 12일(수) 00:00
임 동 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새로운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오는 29일)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최대 축제를 앞둔 여권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에 역대급 수해까지 겹치면서 전당대회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데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35.1%, 통합당은 34.6%로 두 당의 격차는 0.5%P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도 호남과 강원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통합당에 뒤졌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43.9%, 부정 평가는 52.4%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오차 범위 밖에서 앞지르는 ‘데드 크로스’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유력 대권·당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 진영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 의원의 지지율이 문재인 대통령이나 민주당 지지율과 일정 부분 연동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당권 도전에 나서고 있는 이 의원의 ‘대세론’은 아직 유효한 상황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뷰’가 지난 5일 발표한 민주당 당권 주자 적합도 조사 결과는 이낙연 후보 69%, 박주민 후보 14%, 김부겸 후보 11%로 나타났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아닌 민주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지만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 구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당 내외의 평가다.



‘어대낙’ 그리고 ‘이대만’

하지만 대선 주자로서의 이 의원 지지율은 3개월 이상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지난 4월 40%대를 돌파했던 이 의원의 지지율은 최근 20% 중반까지 급락했다. 지난 4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낙연 의원은 25.6%를 기록했다. 반면, 대법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을 얻어 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9.6%의 지지율로 오차 범위에 근접하면서 이 의원을 맹추격하고 있다.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이낙연 의원이 ‘이대만’(이대로 대표만)으로 끝나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권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이 의원이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당장 이 의원이 이번 전대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어 내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당의 변화와 정권 재창출의 비전을 통해 압도적 지지를 얻어 내야 당을 확실히 끌고 나갈 동력이 마련되는 한편 지지율 상승의 계기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결국 대표에 선출된다 하더라도 현실은 만만치 않다. 국민적 관심이 크게 떨어져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전대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올 하반기 민생 경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민심의 불만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래 가치로 승부 걸어야

결국 위기 상황에서 당력을 결집하고 국론을 모으는 ‘위기의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느냐가 이 의원의 대선 가도를 점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대선 후보 당직 사퇴 시한인 내년 3월 전까지 6개월 동안 ‘이낙연의 시간’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 앞에는 수두룩한 난제가 놓여 있다.

우선 ‘이낙연의 시간’은 정국 주도권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 지지율이 총선 압승을 견인한 상황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당의 최대 주주인 친문(친 문재인) 세력도 어찌 보면 현실적인 장벽이다. 섣부른 차별화는 친문 진영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감한 ‘도전과 응전’ 없이는 미래를 열어 갈 수 없다. 대세론에 안주하기보다 미래 가치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는 당내 진영을 넘어서고 지역주의 굴레인 ‘호남 프레임’을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 의원 자신부터 변화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엄중 낙연’의 과거·관리형 이미지에서 벗어나 각종 현안의 선제적 대응과 미래 이슈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 세력을 주변에 발탁하고 20~30대 세대와 적극적 소통을 하는 것도 그가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다. 모든 것을 꼼꼼히 챙기는 만기친람형에서 한발 물러서 신뢰의 여백을 두는 것도 과제다. 그래야 사람이 모인다.

대선에 꽃길은 없다. 대선 가도는 피와 땀과 눈물의 장정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 가는 길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이 같은 험한 길을 걸었다. 이 의원이 과연 위기의 리더십을 발휘해 당권 경쟁에서 승리한 뒤 대선 장정에 성공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인지? 호남 민심은 기대와 우려 속에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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