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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
2020년 01월 03일(금) 00:00
새해가 시작되면 누구나 한두 가지 목표나 계획을 세우곤 한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꼭 이루거나 지켜야겠다고 철석같이 마음먹는데도, 며칠 못 가 포기하기 십상이다. 단단히 먹었던 마음이 사흘 만에 흐지부지되는 상태를 꼬집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연초에 자주 쓰이는 이유일 게다. 작심삼일은 일반적으로 ‘굳게 먹은 마음이 사흘을 못 간다’는 뜻으로, 끈기 부족을 비꼴 때 사용된다.

간혹 ‘중요한 일을 할 때는 삼일 동안 생각하고 굳게 결심하라’는 신중성과 결단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표현으로도 이용된다. 후자의 의미일 때, 어울리는 철학자를 꼽으라면 칸트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서양철학이 칸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위대한 철학자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철저한 시간 관리와 신중성으로 더 유명한 이가 바로 칸트다.

칸트는 스물두 살 때 “나는 이미 진로를 선택했고 이 길을 평생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나는 나의 진로로 들어설 것이며 아무도 이 길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55년이 지난 1781년 쉰일곱 살 때 ‘순수이성비판’을 완성해 철학계를 뒤집어 놓았다. 15년 동안 시간강사를 하고, 마흔여섯 살이 돼서야 논리학과 형이상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됐다. 오랜 기간 무명 세월을 보내는 등 난관이 많았지만 마음먹은 길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철저하고 신중한 성격 탓에 일반인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칸트의 웃지 못할 일화도 전해 온다. 왜소한 데다 보잘것없는 용모인 그에게 어떤 여인이 청혼을 했다. 칸트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결혼을 해야 할 이유와 하지 말아야 할 이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랜 고민 끝에 결혼을 하는 것이 좋은 이유가 하지 않는 경우보다 더 많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그 여인은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한 후였던 것이다. 칸트는 결혼하면 좋은 이유를 찾는 데 무려 7년을 허비했다.

새해다. 고민에 고민을 더해 세운 신년 계획이라면 ‘못 지킬 것’을 미리 걱정하지는 말자. 금연이든, 운동이든, 저축이든, 올해도 자신을 믿고 힘차게 추진해 보자.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