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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법(法)’
2019년 10월 29일(화) 04:50
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25·최진리)의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혐오성 악플(악성 댓글)의 폐해를 막기 위한 입법 조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최근 인터넷 준실명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댓글 아이디의 풀네임·IP를 공개해 온라인 댓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도 혐오나 차별적인 악성 댓글 등을 불법 정보에 포함시키고, 공격당하는 당사자만이 아니라 그걸 본 누구라도 삭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설리의 비극을 계기로 여론도 댓글 규제·처벌 강화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댓글 실명제를 근간으로 하는 ‘최진리법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국민이 2만 명을 넘어섰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도 인터넷 실명제 도입 찬성 비율이 69.7%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명제 도입을 통한 악플 억제 효과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위헌 판결로 현실성이 없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이고 강력한 억제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장 포털 사이트의 뉴스 댓글난 자체를 없애고 해당 언론사를 방문해 댓글을 달게 하자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른바 ‘아웃링크식’ 댓글 달기 방법이다. 이런 가운데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연예 뉴스 댓글을 이달 안에 중단하고, 댓글이 집중되는 인물 관련 검색어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혀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평가다.

한데 현행법상 악플러는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지만 대부분 벌금형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어서 대폭적인 양형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악성 댓글의 폐해에 대한 사회적 홍보 강화와 처벌 사례를 최대한 공개하는 시스템도 요구되고 있다. 설리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과 다름없다. 인터넷 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악플 배제의 안전망 구축에 적극 나설 시점이다.

/임동욱 서울취재본부장 tu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