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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비 동신대 식품영양학과 2학년] ‘노 재팬’(NO JAPAN) 이후를 꿈꿔 보다
2019년 09월 03일(화) 04:50
다섯 살, 여섯 살 조카들이 요즘 가장 빠져 있는 애니메이션은 ‘엉덩이 탐정’이다. 부모님 세대를 대표하는 명탐정이 ‘셜록 홈즈’였고, 우리 세대가 ‘명탐정 코난’이라면 요즘 아이들에게 최고의 탐정은 단연 ‘엉덩이 탐정’이다.

‘엉덩이~ 엉덩이~ 엉덩이~’를 반복하며 부르는 주제곡은 아이들은 물론 대학생에게도 중독성이 강하다. 더욱이 노래를 부른 그룹이 ‘슈퍼맨’을 외치던 ‘노라조’다. 흥이 넘치고 넘친다.

‘엉덩이 탐정’은 TV는 물론 영화, 장난감 매장, 서점까지 점령했다. 조카들이 받고 싶은 선물 1순위가 ‘엉덩이 탐정’ 장난감과 책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생각지도 못했던 ‘엉덩이 탐정’의 고향이 일본이다. 우리나라에서 ‘엉덩이 탐정’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올해 초에는 그의 고향이 일본인 게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엉덩이 탐정’은 불매를 해야 하는 ‘일본 것’이 됐다.

‘엉덩이 탐정’ 장난감을 사달라는 조카들에게 “일본 꺼라 안 돼”라고 말했더니 해맑게 웃으며 “그럼 2번은?”이라고 묻는다. ‘일본’을 ‘1번’으로 알아듣는 순수함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되고 있다. 주변에는 일본 상품을 사지 않고 일본 여행을 가지 않으며 일본 것을 먹거나 입지 않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 불매 운동의 모든 원인은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 극우 단체에게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이 과거를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정도는 알고 있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야욕, 동해와 일본해 표기 문제, 전범기 사용, A급 전범들이 묻힌 야스쿠니 신사 참배, 위안부와 강제 징용 문제 등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일본 여행객 수와 일본 수입차 매출은 늘어갔고, 우리는 유니클로 옷을 입고 아사히 맥주를 마시며 니콘 카메라로 추억을 사진에 담았다.

왜 우리는 지금, 아니 이제 와서 더 흥분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대법원이 내린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때문인가? 유니클로와 DHC 임원, 우익 성향의 일본 만화가, 극우 인사 등의 ‘혐한’ 발언이나 망언 때문인가? 지금까지와 달리 그들의 망언과 잘못이 두고 보지 못할 만큼 심각하기 때문인가?

나 역시 일본 상품을 사지 않고 일본 것을 먹거나 쓰거나 입지 않으려 한다. 다만 대학생 입장에서 본 현재의 ‘노 재팬’(NO JAPAN)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어느 순간 그 이유에 대한 설명과 고민은 사라지고 내가 조카에게 ‘엉덩이 탐정’ 책을 사주지 못한 이유처럼 ‘일본 꺼라 안 돼’라는 이미지만 남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의 탓도 없지 않다. ‘일본 불매에 국산 주류 신났다’, ‘직격탄 맞은 항공사’ 등 무엇을 말하는지 의미를 알 수 없는 기사가 넘쳐나고 ‘모바일 게임에서는 불매 운동이 왜 없나’ 등의 기사는 ‘일본 꺼라 안 돼’라는 인식을 독자들에게 주입하고 있는 것 같다.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는 건 그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에 더 집중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래야 근본적인 의문이 풀리고 ‘NO JAPAN‘ 이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질 수 있다.

일본 때문에 우린 왜 둘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가? 보수 정당의 정치인과 보수 언론, 보수 성향의 지식인, 심지어 엄마 부대라는 이름까지 내걸면서 그들은 왜 일본을 옹호하고 ‘NO JAPAN’을 외치는 우리 국민들을 비난할까? 20~30대 청년들은 왜 소녀상에 침을 뱉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조롱했을까? 신(新) 친일파라는 단어는 왜 2019년 다시 등장했나?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유럽 기업의 일본 전범기 사용 논란은 그들이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의 비극적인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남의 나라 얘기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 비극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일본을 제대로 알고 우리 스스로를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반드시 역사를 알아야 한다. ‘초·중·고·대학 한국사 의무 교육’, ‘대기업 및 취업 시험, 한국사 필수’, ‘한국 근현대 역사 서적 불티나’, ‘역사 전쟁, 韓 국제사회서 日에 완승’, ‘日, 위안부·강제 징용 머리 숙여 사과…모든 배상 책임지겠다’ 등의 기사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꿈꿔 본다.